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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쇄가 풀린 성역과 금기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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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문민정부의 출현은 곧 권위주의와 반공주의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과거 국가 권력에 의하여 저질러진 폭압적 행위가 역사의 도마에 올랐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권위주의는 청산되었으며, 국가권력과 반공주의 등 각종 성역 혹 금기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였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그 상징이다. 과거의 빨갱이로 낙인찍힌 김대중 정부의 출범은 적어도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한국현대사의 일대 전환이었다. 독재 정권에 의해 빨갱이로 몰렸던 그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과거는 단지 단발적인 반성이나 응징으로만 처리될 문제는 아니며 끊임없이 새롭게 규명되고 또 성찰되어야 했다. 그래서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각종의 국가 폭력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등 과거사 청산 노력이 시작되었다. 2000년에는 남북의 정상이 남북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더 이상 남북문제와 관련한 기념의 국가독점이나 이데올로기적 동원이 어려워졌고 각종 성역과 금기가 파괴되었다. 어두운 과거를 잘 간직하고 있었던 각종 서류보관함이 열렸고 굳게 잠겼던 각종 자물쇠가 풀렸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각종 빗장이 풀렸다. 대중이 과거를 접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겨 이전의 방식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과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로젠스톤에 따르면,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 길이 자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우리가 시각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그것의 친밀성 때문에 관객들은 사람과 사건들의 어떤 흔적, 생각, 기억, 의미 등을 읽을 수 있다.(로젠스톤 편/김지혜 옮김, <<영화, 역사>>) 영상과 이미지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로서 한국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를 대신하여 르네상스를 맞이한다. 이는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의 시각적ㆍ청각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영화에 대한 각종 규제의 완화에 크게 힘입었다. 실제로 1996년 10월 영화 사전검열이 위헌 판정을 받은 후 1998년 말 영화진흥법과 문화산업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분단과 전쟁을 주제로 한 영화 또한 커다란 시각의 전환을 꾀한다. 한국전쟁 영화들의 변화 양상 중에서도 두드러진 현상은 전쟁의 상흔과 슬픔이 안보적ㆍ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독점ㆍ유포ㆍ소비되던 그동안의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전의 국가애나 민족애적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그것에 균열을 내고 가족애ㆍ형제애ㆍ동포애 등 휴머니즘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분단과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과거의 전쟁영화들은 대개 남과 북,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을 선과 악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의 영화들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거세진 민주화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하면서, 기존의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민족 모순을 근본적으로 재성찰하고자 했다. 이들은 이념이 아니라 그 이념에 희생된 인간들의 휴머니즘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리얼리즘적 태도를 고수했다.(남다은, 「전쟁기억의 표상들」) 
 
김창규, <분단과 전쟁의 상흔>,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70-72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7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