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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 그리고 연대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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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나눌 때 해소된다. 국제적 연대는 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의 정대협 이외에도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도 관련 단체가 조직되었다. 북한에서는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가, 중국에서는 “중국 ‘위안부’ 연구중심”이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2007년 7월 미국 하원 결의안처럼 유럽과 미국 지역까지 ‘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국제적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대 할머니와 같은 피해 여성들이 수동적 피해자에서 능동적 행위자로 변화했다. 수요집회가 처음 시작되던 1990년대 초 참가자 할머니들은 카메라 앞에서 모자나 신문지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한 모습으로 발언하고,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즐겁게 응한다. 나아가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에도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이옥선은 “위안부 문제는, 처음에 한국에 올 적에도 모두 와서 물어보는 게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그때까지 얼굴을 못 들었어요. 근데 이제는 여기 나와서 운동도 하고 이러니까 이제는 뭐 내 맘 한량이야. 그래서 누가 물어봐도 예 그랬어. 학생들이 와 물어봐도 할머니 역사 물어봐. 아 군인들하고 어떻게 자고. 에구 정말 이제는 너무 그러니까 부끄럼도 없고.”(증언자료집, <<그 말을 어디다 다 할꼬>>)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사회의 시선이 불편했던 이분들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시대의 슬픔을 안고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낸 이분들이 왜 세상으로 나왔을까? 슬픔이 정당한 분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분노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다시 말해 어떠한 상황을 극복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용기에서 비롯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한 번도 속 시원하게 털어 놓을 수 없었던, 가슴 깊이 응어리진 것을 이야기한 후 자신을 새삼스럽게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정신대 할머니들은 아픈 가슴을 쓸어 내리며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속 이야기를 털어 내었다. 구술을 받을 때, 이들은 “듣고 가서 하소연 해 주소”, “잊어버리면 절대 안 된다.”, “진실한 사과의 말을 받아내는 게 소원이다.”라고 하곤 했다. 이러한 목소리를 하나하나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피해 여성은 자신이 그렇게 당한 까닭을 “나라가 없어서, 정말 가난하고 못 배워서, 일제가 악질이라서” 그러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자신의 팔자 탓이라고 돌렸다. 피해 여성들은 피해 사실을 자신의 개인 경험으로 묻어두거나, 그 기억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증언과 집회 참여는 이들과 한국 사회 나아가 동일한 피해를 경험한 나라들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수요집회가 10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목청이 터져라 절규하는 할머니들의 슬픔과 분노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정부에 피해자로 등록한 총 215명의 한국 국적의 할머니 가운데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은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정부가 인권유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김말순(가명)은 “내가 힘이 있는 대로 해 가지고 이 문제를 우리네 살았을 때 올바로 해결하고 죽으면 내가 죽지만 … 시민단체에서 우리만 돈 받고, ‘아이고 돈 받아도 일없다고 우리 돈 받으면 됐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나라를 생각해야 돼. 우리가 고생하고 정말 불구덩이까지 나는 들어갔다 온 사람이야, 내 후손들 절대 이렇게 안 해야 돼.”(증언자료집, <<그 말을 어디다 다 할꼬>>) 정신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물질적 보상 못지않게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자신들의 인간적 존엄과 명예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군위안부에 관한 검토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내재해 있는 무관심과 망각에 대한 싸움이며, 식민 경험에 대한 ‘치료적 복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류시현, <망각을 일깨우는 낮은 목소리>,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53-55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5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