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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목소리로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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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안부 문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던 여성학자 윤정옥은 위안부 문제가 왜 이렇게 등한시되고 있는가에 관한 물음에 관해 첫째, 우리 쪽의 기록이 없기 때문일 것이고 둘째, 정신대로 나간 여성이 거의 서민층 출신인 데다가 여자이기 때문에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외면당했고 셋째, 일본이 자신들이 지은 죄상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서 있는 자료를 폐기했을 뿐 아니라 연행에 관계했던 관리들이 입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침묵된 슬픔과 숨겨진 진실은 피해자의 ‘낮은 목소리’로 인해 규명되기 시작했다. 1991년 8월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사회적으로 큰 방향을 일으켰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스스로 보여줘야 하는 쉽지 않은 증언이었다.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이렇게 눈뜨고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민간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일본 군대의 개입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피해 여성의 증언은 외신을 타고 세계에 전해졌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전쟁터가 되었던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들도 자신의 피해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렇듯 일본군 성폭력 문제에 관한 ‘침묵’의 카르텔은 여성에 의해 깨지게 되었다. 한국의 여성단체들은 1990년 5월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즈음에 일본과 한국정부를 상대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일본정부에 6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한국여성을 강제 연행한 사실을 인정할 것 둘째, 이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할 것 셋째, 만행의 전모를 밝힐 것 넷째, 희생자들을 위해 위령비를 세울 것 다섯째, 생존자나 유족들에게 배상할 것 여섯째, 이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교육에서 이 사실을 계속 가르칠 것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1월 37개 여성단체가 연대하여 ‘정대협’을 결성했다. 정대협은 국제 활동을 전개하여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피해국과 일본의 인권단체 및 국제인권 단체들과도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1992년에는 피해 여성에 관련된 공동의 문제를 함께 모색하자는 아시아연대회의가 결성되었다. 피해자 여성들은 그동안 “자식들이 받을 상처가 무서웠다.”, “숨길 수만 있다면 모든 걸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50년이 지나고 나니,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다.”라고 체념했었다. 하지만 이들이 수치심을 뿌리치고 ‘강간 피해자’임을 밝힌 다음에야 비로소 군위안부 문제가 역사의 수면 위에 드러났다. 이들의 용기는 공명되고, 전염되었다. 정대협과 아시아연대회가 결성되었다. 이러한 공감이 형성되고 연대가 생기면서 피해 여성의 개인적 슬픔은 사회적·역사적 슬픔으로 바뀌었다. 
 
류시현, <망각을 일깨우는 낮은 목소리>,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40-41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4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