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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신화

애(哀)
긍정적 감성
구비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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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문장과 지하문장 부부가 임정국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부부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날로 근심하였다. 어느날 황금산 황금절의 주지가 집을 찾아와 시주를 청하였다. 천하문장은 쌀을 내준다고 약속을 한 뒤 스님에게 자신들의 사주를 보아 달라고 하였다.
스님은 천하문장 부부의 사주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자식이 없을 팔자입니다. 하지만 절에 공양을 드리면 자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양은 어떻게 드리면 되겠소.” “백근의 금을 내어서 절에 공양하십시오.” “좋소. 그러면 대사께서 직접 우리의 공양을 드려 주시오.”
천하문장은 즉시 황금 백 근을 내어 주었다. 스님은 그것을 받은 뒤, “태몽으로 옥동자인지 딸아기인지 여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스님은 절로 돌아가 천하문장의 부부를 위하여 부처니께 공양을 드렸다.
이 일이 있은 뒤 며칠이 지나 천하문장이 술과 호박 안주를 먹는 꿈을 꾸었다. 그가 이것을 이상하게 여겨 부인에게 말하니, 부인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둘은 이것이 곧 태몽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해몽하는 사람을 불렀다. 그는 꿈에 여자 음식을 먹은 것으로 보아 딸을 낳을 꿈이 틀림없다고 말하였다.
천하문장은 좋은 날을 받아 뷘과 잠자리를 같이 하였고, 그 결과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달이 차서 딸을 낳았는데 선녀처럼 예뻤다. 둘은 딸의 이름을 자지명 아기씨라 지었다. 딸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덧 열다섯 살이 되었다.
그런데 천하문장 부부는 옥황상제로부터 하늘에서 벼슬을 하라는 분부를 받았다. 천하문장은 그 분부를 따르기로 하였지만 홀로 된 딸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칠십팔 칸 방을 마련하여 지게살 창문을 단 다음에, 딸을 그안에 가두고는 하녀 정한님이를 불러 명령하였다. “우리가 벼슬을 다 살고 돌아올 때까지 창구멍으로 밥을 주고 옷도 주어 잘 길러 주면, 너를 양반이 되게 해 주겠다.” 하녀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천하문장 부부는 그래도 안심할 수가 없어서 방마다 자물통을 채웠다. 그런 다음에야 드디어 하늘로 벼슬을 하러 올라갔다.
하늘에서 벼슬을 하던 천하문장은 우연히 잔치가 벌어졌을 때 자신의 딸이 달빛보다 예쁘다고 자랑하였다. 모두가 딸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좀처럼 만날 길이 없었다. 천하문장은 만일 자기 딸을 만나보는 사람이 있으면 천 금을 상으로 내리고 큰 벼슬을 내리겠다고 말하였다.
이때 마침 황금산 주자대사가 잔치 자리를 지나다가 이 말을 듣고 천하문장에게 다가왔다. “지나가다가 당신의 말을 들었소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과연 내 딸을 만나볼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만일 만나지 못한다면 제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자대사는 곧장 장삼을 입고 염주와 목탁을 들고 바랑을 둘러메고 또 육환장을 짚고는 천하문장의 집을 향해 길을 떠났다. 수많은 강가 산을건너 마침내 천하문장의 집에 도착하였다. 대사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염불을 외며 시주를 청하였다. 아기씨는 방 안에서 이 소리를 듣고 하녀 정한님이를 불러서 나가보라고 하였다. 정한님이가 나가서 대사를 보고 물었다. “어디서 오신 대사입니까?” “저는 황금사에서 온 주자대사로 아기씨가 단명할 듯하여 사주를 부처님께 드리면서 장수무병을 기원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정한님이는 이 말을 듣고 놋동이로 시주쌀을 내주었다. 그러나 대사는 시주는 직접 아기씨의 손으로 전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받지 않았다. 정한님이는 “아기씨는 부모님이 칠십팔 개의 자물통을 채운 깊은 방에 계시닌 나오실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대사는 자기가 문을 열어 주겠다고 하였다. 아기씨가 그 말을 듣고 어디 한번 열어보라고 하였다.
대사는 꽃을 들고 문 옆으로 와서 세 번 흔들었다. 그러자 하늘과 땅과 지하가 크게 흔들리더니 문들이 저절로 열렸다. 이윽고 대사가 아기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과연 얼굴이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아기씨는 천으로 얼굴을 가린 뒤 시주쌀을 대사에게 건넸다. 그러나 바랑은 밑에 구멍이 있어서 쌀이 마당에 주루룩 흩어졌다. 아기씨가 이를 딱하게 여기고 시주쌀을 다시 주려 하자 대사는 그러지 말라고 하였다. “이 쌀을 낱낱이 주워 부처님께 공양하여야 정성이 깃들어 수명장수하십니다.” 대사는 몸을 구부려 쌀을 하나씩 주웠다. 아기씨와 정한님이도 보기가 민망하여 같이 쌀을 주웠다. 아기씨가 쌀을 주워 바랑에 넣으려 하는데 대사가 한 손을 들어 아기씨의 머리르 세 번 쓰다듬었다. 아기씨가 이러한 중의 수작에 놀라 소리쳤다. 정한님이가 대사에게 욕을 해댔다. 대사는 “언젠가 나를 찾을 때가 있으리라.” 하며 금봉채 반을 쪼개어 금옷과 함께 주고는 대문 밖으로 사라졌다.
아기씨는 방에 들어가 자물쇠를 잠근 뒤 여러 달을 보냈다. 그런데 음식맛이 없고 얼굴빛이 나빠지면서 배가 부르기 시작하였다. 놀란 정한님이가 옥황에 있는 천하문장 내외에게 편지를 써서, 아기씨의 몸이 좋지 않다고 알렸다. 이에 천하문장은 급히 지상으로 내려와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딸을 불렀다. 아기씨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부모에게 문안을 드렸다. 어머니가 딸의 모습을 이상히 여겨 가까이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딸의 몸을 살폈다. 어머니는 딸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게 웬 일이냐. 양반집에서 큰일 났구나.” 천하문장은 화를 내며 하인들에게 작두를 가져오게 하여 딸을 죽이려 하였다. 그러자 정한님이가 아기씨는 자기가 잘못한 일이니 자기가 벌을 받아 죽겠다고 하였다. 두 사람이 서로 벌을 받겠다고 나서자, 천하문장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죽어 마땅하나 살려주겠다. 그러나 남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니 너희는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떠나거라.” 아버지의 명령으로 집에서 쫓겨난 아기씨는 갈 곳을 몰라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임이는 대사가 주고간 금봉채와 금옷을 생각하고, 아기씨에게 황금산으로 가서 주자대사를 만나보자고 했다. 아기씨도 어쩔 수 없어서 황금산으로 가기로 하였다. 둘은 험한 산을 넘고 거친 물을 건너 밤과 낮으로 길을 재촉하였다. 드디어 황금산에 도착하니 한 동자승이 나와 황금사로 가는 길을 안내하였다. 얼마 뒤 아기씨는 절에 도착하였다. 둘은 주자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아기씨의 처지를 생각하고는 절에 있게 하였다. 그러나 법당에 둘 수 없어서 절 밖에 초당을 지어 주었다. 아기씨는 몇 달이 지나 세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각각 초공이, 이공이, 삼공이라고 하였다. 아기씨는 세 형제를 곱게 길렀다. 그들은 칠팔세가 되자 글공부를 시작하였으며, 워낙 재주가 뛰어나 모르는 것이 없었다. 셋은 십오세가 되었 때 과거시험을 보겠다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셋의 재주를 시기한 일천명의 선비들은 그들이 과거시험 보는 것을 방해했다. 황승상의 집에 있는 큰 배나무에 배가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셋에게 따오도록 한 뒤에, 내려오지 못하게 하였다. 또 선비들은 상점의 지필묵을 셋에게 팔지 못하게 하였으며, 과거장 문지기에게는 돈으로 매수하여 삼형제를 입장시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삼형제가 묵고 있던 집주인인 백주할머니는 이 일을 딱하게 여겨 집에 있던 지필묵을 셋에게 내주었다. 셋은 즉기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 과거장 문 밖에서 시를 지었다. 그리고 시를 적은 종이에 돌을 달아 시험감독관 앞으로 던졌다. 얼마 뒤 셋은 차례로 장원급제를 하였다. 그러나 일천 선비들은 셋이 중의 자식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시험관에게 이 사실을 따졌다. 시험관은 셋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안 뒤에 그들의 과거급제를 취소하고 말았다. 이일이 있은 뒤 삼형제는 자기들이 중의 아들로 태어났음을 원망하며 슬퍼하였다.
주자대사는 삼형제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삼형제와 어머니를 외조부가 사는 임정국으로 가게 하였다. 임정국에 도착하여 천하문장의 집을 찾았을 때, 어머니 자지명 아기씨는 아들들에게 말했다. “나는 부모님께 불효를 저질렀기 때문에 감히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 너희들만 들어가서 조부모님께 인사를 드려라.” 이에 삼형제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조부모님을 찾아 인사를 드렸다. 천하문장은 그들의 내력을 듣고는 놀랍고 반가왔다. “그러면 너희들의 어머니는 어디 계시냐?” “문 밖에 와 계십니다.” “그렇다면 빨리 나가서 모시고 오너라.” 삼형제는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왔다. 천하문장은 딸을 부둥켜 안고 슬피 울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 함께 살자고 하였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천하문장이 외손자들의 얼굴을 보니 근심이 가득하였다. 이것을 이상히 여겨 그 이유를 물었다. “저희들은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천한 중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낙방하였습니다. 이제 공명을 이룰 수 없으니 이런 슬픔이 어디 있겠습니까?” 천하문장은 이 사실을 알고는 화가 났다.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얼마든지 있으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천하문장은 그들을 저승의 세 왕으로 각각 봉하였다. 그리고 저승으로 간 뒤에 그들을 못살게 한 일천 선비들에게 원수를 갚도록 하였다. 또한 딸은 복을 다스리는 신으로 임명하였다. 그리하여 삼형제는 저승왕으로 있으면서 이간의 수명을 다스리게 되었고, 자지명 아기씨는 인간의 복을 다스리게 되었다. 
천하문장과 지하문장 부부가 딸을 낳았다. 하늘로 벼슬살이를 하러 가는 부부는 딸을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겼다. 어느 날 지나던 중이 시주를 하던 중 딸의 머리를 만져 임신을 시킨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시주 온 중의 자식을 잉태한 것을 안 부부는 노하여 딸을 버린다. 그러자 딸은 중을 찾아가 아들 삼형제를 낳는다.
삼형제는 재주가 뛰어나 주변으로 시기를 받으나 과거에 급제하였다. 하지만 아비가 중이기에 탈락된다. 이에 어미와 함께 천하문장과 지하문장을 찾아가니, 그 재주를 어여삐 여겨 저승의 세 왕이 된다.
자식의 정조를 지키지 못한 상실감, 또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것에 대한 상실감이 슬픔의 원인이 되고 있으나 딸은 비탄의 심경을 재주가 출중한 삼형제의 출생과 성장을 통해 풀고 있다.  
이지영, 『한국의 신화 이야기』, 도서출판 사군자, 2003, 221-228쪽.  
무가 <<초공본풀이>>
이지영, 『한국의 신화 이야기』, 도서출판 사군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