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원문]경상도 관찰사(慶尙道觀察使) 이극균(李克均)이 치계(馳啓)하기를, “밀양인(密陽人) 이승손(李承孫)은 그 아비가 도둑질을 범하여 갇히었으므로 이승손이 그의 처(妻) 소사(召史)더러 이르기를, ‘이제는 모름지기 일찍 일어나 아버지의 아침 식사를 공궤(供饋)하도록 하라.’고 하니, 소사(召史)가 욕하며 말하기를, ‘시아버지가 도둑질을 한 까닭으로 여러 날 갇힘을 당하였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매, 이승손이 노여워하여 주먹으로 그 얼굴을 구타하였습니다. 소사가 문을 열고 달려 나가니, 이승손이 뒤쫓아가서 말하기를, ‘밤중에 어느 곳에 나가느냐?’ 하고, 머리를 꺼두르면서 끌고 들어가다가 굴러 떨어짐으로 인해 죽었다고 합니다.”하니,
형조(刑曹)에서 이에 의거하여 아뢰기를, “《대명률(大明律)》 처첩구부조(妻妾敺夫條)에 이르기를, ‘그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여 치사(致死)케 한 자는 교형(絞刑)에 처한다.’ 하였고, 동률(同律)의 부구사유죄처첩조(夫敺死有罪妻妾條)에는 이르기를, ‘무릇 처(妻)나 첩(妾)이 지아비의 조부모·부모를 구매(敺罵) 함으로 인하여 지아비가 임의(任意)로 구타하여 죽인 자는 장(杖) 1백에 처한다.’고 하였으니, 이제 소사가 ‘시아비가 도둑질을 한 까닭으로 여러 날을 갇히었다.’고 말한 것도 또한 그 아비를 꾸짖은 말입니다. 이는 실로 의옥(疑獄)이니, 취품(取稟) 합니다.”하니, 명하여 대신(大臣)에게 의논하게 하였다.
윤필상(尹弼商)은 의논하기를, “소사(召史)의 말은 진실로 아비를 꾸짖는 언사(言辭)이니, 이승손(李承孫)은 감사(減死)의 율(律)에 두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고, 노사신(盧思愼)·유지(柳輊)는 의논하기를, “이승손 구사유죄처첩률(敺死有罪妻妾律)로써 논정(諭定)함이 마땅합니다.”하고, 한치형(韓致亨)·정문형(鄭文炯)은 의논하기를, “구처지사지율(敺妻至死之律)로써 조율(照律)하면 정리(情理)가 가긍(可矜)합니다.” 하고, 윤효손(尹孝孫)은 의논하기를, “소사(召史)가 당초에 지아비의 명령을 거역하고, 말이 아비를 꾸짖는 데 관계되므로 이승손이 노여움을 타서 붙들고 끌어서 우연히 치사(致死)하게 되었으니, 정실(情實)이 가긍(可矜)합니다.”하니, 윤필상의 의논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