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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만 촌(糸滿村) 북쪽에 있는 백은암(白銀岩)의 유래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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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가네 구스쿠(兼城)의 마기리(間切) 이토만 촌(糸滿村) 북쪽에 바위 하나가 있었다. 이름을 백은암(白銀岩)이라 했다.
고치 촌(幸地村) 출신으로 미도노(美殿)란 사람이 이 마을로 옮겨왔다. 왜인(倭人)에게서 은(銀)을 빌리고서는 여러 번이나 기한을 어기고 갚지 못했다. 하루는 왜인이 와서 그를 찾았는데 집에 없었다. 왜인은 화를 내며 샅샅이 뒤져, 마침내 바위 밑에 숨어있는 미도노를 찾아냈다. 그러자 왜인이 칼을 뽑아들고 그를 죽이려고 했다. 미도노가 간절히 애걸하기를 “제가 어찌 언제까지고 숨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현재 빌린 은을 갚을 여력이 없어서, 신용을 잃은 것이 부끄러워 숨어있었을 뿐입니다. 청컨대 관용을 베풀어 죽이지 마십시오. 내년에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화가 치밀거든 손을 움직이지 말고 손이 움직이거든 마음을 경계하라’고 했습니다. 부디 이 말을 떠올려주십시오”라고 했다. 왜인이 그 말을 듣고 이치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고 기간을 연장해 주고 돌아갔다.
왜인이 귀국하여 밤에 집에 도착해 몰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아내가 어떤 남자와 서로 껴안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를 보고 격분하여 칼을 뽑아 손에 쥐었을 때에 불현듯 미도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불을 밝히고 자세히 보니 그 어머니가 아내와 같이 자고 있었다. 일찍이 그 어머니가 아들이 멀리 출타할 때마다 남자들이 그 며느리를 찾아올 것을 염려하여 몰래 남장(男裝)을 하고서 며느리와 같이 잤던 것이다. 왜인은 미도노의 말을 떠올리고 어머니와 아내의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하니 감명을 받았다.
그 후 다시 류큐(流球)에 갔을 때 술을 들고 가서 미도노에게 감사드렸다. 이 때 미도노도 은자를 준비하여 갚았다. 그런데 왜인이 그 은자를 받으려하지 않았다. 미도노 역시 그 은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갖지 않으려고 하여, 하는 수없이 바위 밑에 묻고 그 뜻을 새겼다.
이런 연유로 후대 사람들이 그 바위를 이름 하기를 백은암이라 부르고 이베(威部)로 삼아 공경하였다.  
이토만 촌(糸滿村) 북쪽에 있는 백은암(白銀岩)의 유래를 담은 전설이다. 미도노(美殿)란 사람이 왜인(倭人)에게서 은(銀)을 빌리고서는 여러 번이나 기한을 어기고 갚지 못하였다. 그러자 왜인이 화를 내며 샅샅이 뒤져, 마침내 바위 밑에 숨어있는 미도노를 찾아내어 칼을 뽑아들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미도노가 용서를 빌어 화가 풀렸다. 왜인이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잔 것으로 오해하여 죽이려하다가 미도노의 일을 기억하며 칼을 거두어 남장한 어머니와 아내가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이다. 
김용의 역 {유로설전}2010, 전남대학교출판부 
원저 鄭秉哲 외편{遺老說傳}1978, 角川書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