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메구로모리(目黑盛)가 미야코야마(宮古山)의 도주(島主)가 되다.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미야코야마(宮古山)에 메구로모리(目黑盛)라는 사람이 살았다. 성격이 영웅처럼 호탕하고 무용(武勇)이 뛰어났다. 그런데 어릴 적에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저 자형(姉兄)인 시모지 읍주(下地邑主)[이름을 우라테다(於良手多)라고 한다]에게 의탁하고 살았다.
메구로모리가 성장하자 그 누나가 몰래 “남편의 마음이 간교하고 바르지 못해서, 네가 이 집에 오랫동안 머물다가는 아마도 남편이 너의 무용을 시기해서 해치고자 할 것이다. 너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 화를 피하도록 해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전답을 큰아버지인 이토카즈 오아지(系數大按司)에게 맡겨 놓았으니, 너는 고향으로 돌아가 큰아버지 댁에 가서 그 전답을 돌려달라고 청하거라. 그 전답을 열심히 경작하여 생활하도록 해라.”하고 일러주었다. 메구로모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남매가 서로 껴안고 통곡하다가 헤어지고 히라라마(平良間) 땅에 숨어 살았다.
마침내 메구로모리가 오아지의 집에 가서 부드러운 목소리와 표정을 지으며 전답을 돌려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러나 오아지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구로모리를 죽이고자 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메구로모리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청을 하였다. 오아지는 “그 전답은 나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일곱 명의 형제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너는 일곱 명 모두와 의논해서 찾아가도록 해라.”하고 말하였다. 메구로모리는 일곱 명의 형제들에게 전답을 돌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일곱 명은 모두 대답하기를 “우리가 전답 있는 곳으로 가서 승부를 겨룬 후에 돌려줄 것을 결정하기로 하지.”하고 말하였다. 메구로모리는 하는 수 없이 승부를 겨룰 날을 택해서 일곱 명의 형제들과 그 곳으로 가서 싸웠다. 메구로모리는 용력을 발휘하여 그 일곱 명을 죽이고 전답을 되찾아 시라카와(白川)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기를 우물 위에 꽂아놓고 우물물로 목욕재계를 하여 부정함을 씻었다.
그 때 시라카시라톤(白兼白殿)이란 사람이 강변에 살았다. 시라카시라톤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재주가 매우 뛰어나고 미모가 경국지색이었다. 그 딸이 우연히 메구로모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곧장 아버지를 향해서 “지금 강 위쪽에 있는 사람은 용모가 비범하여 나중에 큰 복을 누리고 도주(島主)가 될 사람입니다.”라고 고하였다. 그 아버지는 어린 딸이 메구로모리에게 마음이 있어 그를 칭찬한다고 생각했다. 곧장 가서 살펴보았더니 과연 영웅답게 용모가 준수하고 기량이 뛰어나 보였다. 바로 집으로 불러들여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곱 명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축하하였다. 극진히 환대하고 자기 딸을 메구로모리에게 시집보내고자 한다는 청을 했다. 메구로모리는 홍은(鴻恩)에 감사드렸다. 시라카시라톤은 길일을 택해서 혼인 비용을 마련하고 성대한 혼례를 올리고자 하였다. 메구로모리가 말하기를 “저는 조금 전에 일곱 명을 죽여서 몸이 많이 더러워졌습니다. 청컨대 흰 그릇을 사용해 혼례를 올리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청하였다. 그리하여 흰 그릇을 사용하여 혼례를 올렸다. 후에 자손이 번성하고 딸이 예견한대로 도주(島主)가 되어 크게 부귀영화를 누렸다.
지금에 이르도록 혼례를 올릴 때에 반드시 흰 그릇을 사용하여 신주(神酒)를 담는 풍습은 이때 시작되었다.  
메구로모리(目黑盛)가 미야코야마(宮古山)의 도주(島主)가 된 이야기이다. 메구로모리의 무용이 뛰어남을 매부가 시기하는 것을 메구로모리의 누나는 매부가 시기해서 해치고자 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에 메구로모리는 큰아버지의 일곱 명의 형제들을 물리치고 도주(島主)가 되어 크게 부귀영화를 누렸다. 
김용의 역 {유로설전}2010, 전남대학교출판부 
원저 鄭秉哲 외편{遺老說傳}1978, 角川書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