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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시(米次) 아지(按司)의 부인이 남편의 원수를 갚다.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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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구미시(米次) 아지(按司)가 있었다. 일찍이 구미시 구스쿠(米次城)에 살았다. 그 부인은 자질이 정정(貞靜)하고 기량이 뛰어났으며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절세미인이었다. 하루는 가세노시(我瀬之子)가 그 부인을 보고 깊이 사모하는 마음이 들어, 심신이 초췌해지고 하루를 일 년처럼 보내며 힘들어했다. 가세는 모략을 꾸미고 아지를 찾아가,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고 파도가 고요하고 바람이 쾌청합니다. 또한 기러기가 모래밭 위로 날고 물고기가 뛰놀고 있어서 경치가 더할 나위 없군요.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으며 노는 것이 어떻습니까?”하고 말을 건넸다. 아지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 부인이 만류하며 말하기를 “소첩이 어젯밤에 아주 불길한 꿈을 꾸었습니다. 필시 배가 뒤집혀질 꿈이옵니다.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은 그만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부인이 여러 번 간언하였으나 아지는 듣지 않았다. 결국 가세와 바다로 나가 그물을 던지며 고기를 잡았다. 아지는 고기잡는 일에 열중한 나머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세는 창을 꺼내들어 아지를 찔러 죽인 후에 바다에 내던졌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를 갈며 분하게 여겼지만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누가 몰래 부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부인은 매우 통곡했다. 괴이한 일인지라 몰래 성 밖으로 빠져나와 숨었다. 가세는 아지가 죽자 기뻐하며 부인을 범하고자 성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부인이 도망가고 없었다. 가세는 곳곳에 격문(檄文)을 보내 부인을 찾고자 했다. 부인은 소금 파는 여인으로 변장하고 돌아다니며 원수를 갚을 기회를 노렸다. 그런데 우연히 가세와 마주치게 되었다. 가세는 소금 파는 여인을 가까이 불러들여 몸을 뒤지고 고문한 후에 그 여인이 아지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부인을 억지로 성으로 불러들여 범하고자 했으나 부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세는 화가 나서 칼을 뽑아들고 부인을 찔러 죽이고자 하였다. 부인이 죽을 각오로 찌르라고 했다. 가세는 차마 찌르지 못하고 강제로 부인을 범하고자 했다. 부인이 거짓으로 말하기를 “아지가 죽은지가 아직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제가 여기 살면서 몸을 섞을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길일을 택하여 함께 산으로 가서 나무를 베고 궁을 세운 후에 당신 말을 따르기로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가세가 크게 기뻐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가세에게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부인은 여자아이 하나를 데리고 몰래 품에다 송곳을 품고서 가세와 함께 높은 산에 올라 술을 권하였다. 가세는 크게 기뻐하며 술을 마시고 크게 취했다. 부인이 가세로 하여금 두 팔을 벌리고 나무를 안아서 나무 둘레를 재보도록 했다. 가세는 부인의 말에 따라 하늘을 쳐다보며 나무를 껴안았다. 부인은 몰래 송곳을 꺼내들고 가세의 양쪽 손바닥 위를 찔러 고정시켰다. 가세가 용서를 빌며 목숨을 살려달라고 청했으나 부인은 여러 차례 꾸짖은 후에 찔러 죽였다. 마침내 아지의 원수를 갚았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흘러 상세한 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옛날에 구미시(米次) 아지(按司)가 있었는데 그의 부인은 절세 미인이었다. 그 부인을 사모한 가세노시(我瀬之子)는 구미시(米次) 아지(按司)를 찔러 죽이고 바다에 내버렸다. 부인은 슬퍼하며 매우 통곡하다 지략으로 가세를 속여서 죽이고 남편의 원수를 갚았다.  
김용의 역 {유로설전}2010, 전남대학교출판부 
원저 鄭秉哲 외편{遺老說傳}1978, 角川書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