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웬만하여 아까는 개울가에까지 나가 모처럼 시원하게 머리도 감았는데, 그 수발을 들던 옹구네가 무슨 방정으로
“아이, 옹구네 시앗잉가 애긴씽가 작은아씽가 머잉가가 어디로 갈란다고 나보고 차표 끊어 도라고잉, 치매 저구리감이랑 얹어서 표값 주데?”
라고 한 것이 그만 화근이었다.
찬 개울물에 머리통을 담그었던 춘복이가 푸우우, 그대로 물젖은 대가리를 살모사처럼 쳐들어올리며 홰액 털어내더니
“아고고, 왜 이런당가, 잉?”
깜짝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 물러앉는 옹구네를 향하여
“머시 어쩌고 어쩌?”
후려쳐 잡아먹을 듯 벽력 같은 고함을 치며 대들었다.
“어매, 벨일이네에. 그 빨래 누구보고 허라고, 저 저, 엊그저께 꼬맨 새옷에 물 다 묻네, 저, 저, 뚝, 뚝, 뚝. 아이고, 이렇게 해 바 좀. 아 그렇게 안허고는 말 못헌당가? 말은 머 입으로 허제 대그빡으로 히여어? 원, 참말로. 오뉴월에도 넘의 물은 차당만 기양 이렇게 나한테다 다 쳐뿌레 놓고는잉.”
무안한 김에 춘복이를 나무라면서 다음 말을 추리려는데, 춘복이는
“누가 뀌민 일이여? 이? 누구냐고. 누구냐고요오.”
하며 조금도 윽박지르는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저 썩을놈으 냐고요, 냐고요오.”
춘복이 말꼬리를 잡고 토라져 ‘요오’에다 심을 박아 매차게 반격하는 옹구네 입술에 독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