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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친구에게 배신당한 명심이

노(怒)
긍정적 감성
구비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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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지방에 명심이라고 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인물도 좋고 또 활력이 좋아서 장사를 해 가지구 돈을 많이 벌어요. 근데 안즉은(아직은) 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방에서 여자들이 보니까 사람도 똑똑하고 장사를 해서 돈두 많이 벌구 이래니 저 사람을 장가를 좀 들이면 좋겠다고 의논을 해 가지구 장가를 떡 들었어요. 들어서 떡 보니 아주 미인이랍니다.
그래서 그 명심이란 사람이 세상에 댕겨 보니까 자기 부인만치 아리땁고 이쁜 여자가 없다 이 말이예요. 그래서 혹은 자기가 어디 장사 나간 뒤에 혼자 있으니까 어떻게 잘못 될까봐 장사를 못하고 그냥 집에 있는 거래요. 이래다 보니까 장사해서 번 돈을 다 없애고 아주 거지가 됐어요. 그러니 부인이 나서서 방아품삯도 팔고 부자집에 가서 빨래두 좀 해주구 이래서 근근 생활을 해 나가는데 동네 사람이 보니 안타까우니 아마, 그 명심이가 옛날엔 그렇게 장사도 잘하고 이래더니 이 사람이 장사도 안하고 있는 걸 보니 안사람을 못 믿어서 그런 것 같다구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보니까 그 부인이 들었어요. 부인이 들으니 화가 났단 말예요. 근데 그 당시에 어린애가 하나 있었는데 한 두어살 되었는지 빨빨 기어다니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 부인이 명심이한테 밤에 따진단 이거야.
“여보 당신, 그전엔 당신이 장사를 잘해서 우리가 살기 좋더니 당신이 장사를 안해서 이래니 얘기를 들어 보니까 당신이 나를 못 믿어 가지고 장사를 안 간다니 이럴 수가 있소.”
이 말이야. 그러니까 암말도 안할 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눔의 어린애 뻘뻘 기어 다니는 걸 기둥에다 꽉꽉 받아서 죽여 버린단 말예요.
“내 속이 이렇소. 당신 마음 놓고 어디 가서 장사하여 우리가 남과 같이 살아야 안되겠소.”
그 명심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세상에 인물두 좋구 잘 생기구 마음두 그만치 굳건한 굳은 여자는 못 봤단 말이예요. 그래서,
“아, 그러면 그러마.”
그래 가지구 장사를 나가서 이 삼년 많이 벌어 가지구 온다. 오다 보니까 동네 사람을 떡 만났어요.
“아, 자네 명심이 아닌가?”
“아, 동네 다 무고 하십니까?”
“다 무고하지.”
“우리집 안사람 잘 있읍디까?”
“아, 요즘엔 자네 안사람 안뵈키던데.”
그런가보다 하고 집을 가 보니 부인이 없어요. 어딜 가 버리구…, 그래 어느 날 올까 하고 한 서너 너덧 달 있어도 안오니, 그래니 생각해 보니까 고만에 화가 났단 말이예요. 그래 돈 좀 번 것 이웃사람 신세진 사람을 좀 주고 또 자기 여비 돈만 가지고 나서서 거침없이 가지요. 거기 있을래니 망신이니까.
그래서 갔는데, 하루 이렇게 가다 보니까 옛날엔 길동무를 만났어요. 지금엔 자동차를 타고 다니니까 길동무가 없읍니다만, 옛날에 걸어 다닐 땐 길동무가 있었습니다. 길동무를 가다가 떡 만났는데 이 사람을 보니 아무래도 도둑놈이야. 생김 생김이가…, 하, 어떻게 도둑놈이 나하고 길동무가 되는가, 그래 날이 저무니 한 주막에서 자게 되었어요. 자게 되니 옛날엔 그저 봉놋방이라고 방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떡 한 방에서 자는데 아무래도 의심 먹지요. 그래 저녁에 자고 그 이튿날 아침에 밥을 먹고 또 떠나니까 같은 길을 가니까 또 동행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이 삼십리 되는 길을 떡 가는데 그 도둑놈같은 사람이 깜짝 놀랜단 말예요. 명심이가 생각해두 왜 놀래는가 하니,
“아이구, 이거 큰일났다.”구.
“뭐이 큰일 냤느냐.”구.
“우리가 엊저녁에 자던 집에서 무단코 남의 물건을 가져 왔다.”구.
그러는 기야.
“그래 뭔 물건을 가져 와서 그러시오.”
그러니까, 옛날에 짚세기를 신으면 지푸라기가 묻어 온 걸 그걸 가지고 그래니, 명심이가,
“아이 여보, 그까짓 지푸라기 하나 가지구 뭐이 그래우, 그래니 갑시다.”
“아이, 안된다구, 내가 남의 물건을 갖다가 무단히 가져 왔으니 그걸 도루 갖다 주어야지 죄를 안 짖지. 이걸 가지구 가면 내가 죄를 지어서 안된다.” 구.
그래서 그 사람이 그걸 들구 오던 자리로 도루 뛰니 명심이는 거기서 헐 수 없이 기다리게 됐어요.
그래 언제 오는가 하니 몇 시간 이후에 이 사람이 거기에 떡 도착했어요. 그래 명심이가,
“아, 여보 당신 지푸라기 하나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하우.” 하니,
“아이 이 양반, 말을 마우. 남이 죄를 사할라구 그러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 구.
그래 명심이가 생각을 해 보니까 이 사람이 도둑놈은 도둑놈 같은데 속이 이렇게 청백리 한 건 첨 봤단 말이야. 댕기면서…, 그래 이제 헐 수 없이 며칠 갔다. 가다 보니 이 사람이 인제 방향 없이 가니까,
“우리가 그러지 말구 당신이 방향 없이 가면 내가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나와 어디 가서 장사를 한 번 해 봅시다.” 하니까,
“에이, 나는 당산하고 장사를 안해요.”
“왜요?”
“나는 돈이 없구 당신은 돈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 돈 가지구 그러면 괜히 내가 당신한테 신세지구 이건 되지두 않는단.”
이 말요.
그래니 명심이가 아주 간절하게 원했어요. 빌었단 말이예요.
“우리 같이 한 번 해 봅시다.”
그래 가지구 마음이 맞아서 장사를 어느 지방에 가서 한 삼 사년 했는데 돈을 아주 둘이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많이 벌었더라 이거요. 많이 벌었는데 생각을 해 보니까 명심이가,
“이제 이 지방을 좀 떠나야 되겠으니 우리 이 지방을 떠나자.”
“아, 좋다.” 구.
“근데 이 지방을 떠나는데 한 가지 일이 있다.” 이거야.
“뭐냐.” 구.
“분명히 남의 신세를 진 사람도 있구 이런데 우리 아는 사람이 많으니 주석을 장만해 가지구 우리 한 판 대접하고 가자.”
“아, 거 좋다.” 구.
그래서 술을 빚어 가지구 거 아는 사람이든가 아는 친구들을 전부 불러가지구 모아서,
“우리가 여기 와서 여러분들한테 신세를 많이 지구 이제 떠나는데 여기 술이라두 한 잔 내 노늘까 하고 여러분들을 불었다.” 구.
“아, 그러냐구, 감사하다.” 구.
그래 술을 먹는데 손님한테다 명심이가 한 잔 따라 주니 또 그 손님이 또 한 잔 명심이를 따라 주더라 이기야. 그래 이 손님 대접하고 저 손님 대접하다 보니까 열 사람 권하면 열 잔을 먹게 되더라 이거야. 그러니 결국에 명심이는 술이 췠어요. 그만 곤드레 떨어져서 고만 잤어요. 그래 그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그 도둑놈 같은 사람이 안 자더란 말이오. 없더란 말이오. 그래 이 사람이 어딜 갔는가 해서 어디 있겠지 하고…. 그래 돈을 옛날엔 지금 돈과 달라서 엽전 돈이라서 무거운데다 구석에다 쌓아 놨는데 그 돈도 없더라 이거야. 그래 이 사람이 돈을 어디다 치워 놨나, 이래 가지구 기다리다가 기다리니 이놈이 안와요. 그래서 야, 이럴 수가 있느냐.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말여. 우리집 안사람은 자기 뱃속에서 난 자기 어린애를 기둥에다 부딪혀 죽이며 맹세해, 아니 이 사람은 십리나 이 십리나 되는 데에 지푸라기를 갖다 주면서 맹세하는 사람이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말이야. 그래 헐 수 없어서 혈혈단신 나서서 가만 생각하니 이 사회에서는 그만에 마음이 안 간단 말이오. 그래서 이걸 비관하게 되니까, 그걸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고 생각해 보니까, 산골에 들어가면 절이 있는데 절에 가서 중 노릇하면 제일 나을 것 같아요.
그래서 l 양반이, 명심이가 이제 산중으로 떡 들어 간다. 들어가는데 봄철이 떡 됐는데, 산에서 참 스님이 떡 내려오는데 자기가 양지쪽에 있다 보니까 거기 앉아서 기다린다. 스님이 오면 내가 부탁을 해 가지구 같이 가자고 해야지, 잘 됐다 해서 있더라니까 거길 도착하더란 말이예요. 하는데 스님이 바쁘게 걸어가는데 갈팡질팡하고 이리 뛰고서 저리 뛰고 거길 도착하더란 말이예요. 그래 명심이가,
“대사님, 어딜 그리 가십니까?” 하니까,
“요 아래 볼일이 좀 있다.”
“그럼 대사님 볼일이 바쁘신 것 같은데, 그럼 빨리 가지 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십니까?”
“아,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오. 시방 봄철을 만나 가지구 각 동물들이 나와서 다문 며칠이라도 살겠다구 돌아가는데 내가 마음 놓고 뛰다 보면 거, 내 발길에 밟혀 죽는 게 수만 마리가 되는데 그 죄를 져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아주 그것이 자기에게 퍽 적당하게 생각했어요. 그래 스님한테,
“그런 기(게) 아니라 내가 세상이 싫어서 산골 참 절로 이 마음을 닦으러 가는 길인데 스님 날 좀 어떻게 인도를 좀 해주쇼.”
“아, 그러냐구, 그러면 내가 요 아래 사가(私家)에 좀 갔다 올 테니까 여기 앉아서 계시면 내가 같이 가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래 양지쪽에 심심하니까 두르누웠다가 앉았다가 이래는데 그때 마침 그 앞 남산에 까치가 집을 지놓고 새끼를 쳤더란 말예요. 그래서 이래 보니까 까치가 벌거지를 물어다 새끼를 멕이는데 우짼 놈의 수리가, 독수리가 떡 거기 와 앉으니까 까치가 깍깍 깍깍하면서,
“너 남의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여기와 앉았느냐.”
하면서, 야단치고 이러니까, 독수리가 하는 말이,
“야, 너희들 모르는 소리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썩은 나뭇가지를 하나 떡 꺾더니 입에다 물고,
“내가 이걸로 증명을 할 테니까, 너 그러지 말고 빨리 새끼들 뭐 먹을 걸 물어다 멕여라.”
그래 고맙다고 그래고 까치들 둘이 갔단 말이야. 간 뒤에 이놈의 독수리가 그 나뭇가지를 놓구 새끼를 낼름 다 주워 먹었단 말이야. 다 주워 먹고는 이놈의 나뭇대기를 또 물구 앉어선 눔을 껌적껌적 하고 앉았거든. 그래서 인제 까치들이 와서 새끼들이 없으니까,
“너 이놈의 새끼, 우리 새끼 다 잡아먹었다.” 고,
이래니까 그제서 이제 나무때기 썩은 가지를 놓고,
“야, 말마라. 내가 여기 있노라니까, 구렁이가 올라 와서 너 새끼를 다 잡아 먹는데 난 내가 싸우다 보면 입에 있는 썩은 가지를 다 떨군다. 그러면 너희들이 생각할 적에 날더라 잡아먹었다고 할기(게) 아니냐? 그래서 헐 수 없이 내 이것만 물구 앉았다 이 말이야.”
허- 명심이가 그걸 보니깐 기가 맥히거던요. 세상 만물이 거즛말(거짓말) 잘한다 이기예요. 그래서 생각한 김에 절에 들어가 중 노릇밖에는 할 기 없다는 것을 결심해 가지고 있는데 마침 중이 왔어요. 와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래 중이 와 가지구 같이 절에 들어갔습니다. 절에 들어가 가지구 한 오륙년 거기서 참 도를 닦구 있는 판인데, 하루는 보니까 거기 먼저 있던 중들이 말이요. 그 골짜구니가 있는데 한 사람이 갔다 오면 또 한 사람이 가고, 거 뭐 이상하단 말이오. 자기한테 알구지도(알리지도) 않고…. 그래 몰래 한 번 뒤를 밟아 봤거던 명심이가. 가니 절에서 돼지를 하나 멕였는데 이 눔이 컸어요. 이눔을 절에서 안 잡아 먹고 저 산골에가 잡아 놓고 자기네 끼리 댕기며 먹는다 이기야. 그래 명심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야, 이럴 수가 있느냐 말이야. 벌거지 하나 죽일까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사람이 그 중들이 다 큰 돼지를 잡아먹다니 이기 말이 안된다 말이야.”
그래니까 여기두 있을 데가 아니다. 그래서 명심이는 그 길로 산중으로 들어가서 나 혼자 도를 닦든가 어째든 산중으로 들어가서 이내 불객이 됐어요. 어디로 갔는지 영영 불귀인이 됐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죽이면서까지 굳은 절개를 보여준 부인이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사라졌다. 또한 지푸라기 하나라도 먼 길 마다하며 돌려주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명심이 돈을 들고 도망갔다. 이런 세상이 싫어 중이 되어 절에 들어갔는데, 개미 한 마리 밟지 않는다고 다녔던 중이 돼지를 잡아먹는 이중적 모습에 모든 것을 놓고 혼자 수도하러 명심이는 이들의 이중적 모습에 세상에 믿을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분개한다. 이러한 세상을 등지고 스스로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명심이는 불객이 된다. 
김선풍, {한국구비문학대계} 2-3, 강원도 삼척군 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69-75쪽. 
김선풍, {한국구비문학대계} 2-3, 강원도 삼척군 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