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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는 권리 의식을 전제한다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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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과 분노는 공통적으로 권리 의식을 전제한다. 더위의 예를 계속 사용하면, 일시적인 무더위에 대해 짜증을 내는 것에는 생물학적 권리 의식이 전제되어 있고, 에어컨을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느끼는 분노에는 사회적 권리 의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어떤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 권리의 실현이 일시적으로나 체계적으로 방해받는 것에 대해 짜증도 내고 분노도 표출하는 것이다. 먼저 와서 줄을 선 사람에게 먼저 입장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손님에게 평등하게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시민일반에게 공중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모두는 사회적 권리 의식이다), 그런 권리의 실현이 일시적으로 방해받을 때, 우리는 짜증을 내고, 그 권리가 체계적으로 침해될 때, 예컨대 직원 가족[혈연]이라고 해서, 정치인[권력]이라고 해서, 깡패[무력]라고 해서, 또는 부자[돈]라고 해서 표도 사지 않고 단 한 번에 입장하고, 식당에서 종업원이 유색인 손님을 고의적으로 홀대하고, 남녀화장실의 면적을 기계적으로 같게 만들어서 여자만 오래 기다려야 할 때, 우리는 분노한다. 무슨 그런 일로 짜증을 내고 또 분노까지 하느냐고 말할 수 있겠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그 지적은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과 때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어떤 일에 대해 우리가 짜증을 내고 또 분노까지 표출한다는 사실에 대해 이견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짜증이나 분노의 감정이 표출되는 대상이나 때가 상대적이라는 주장이 그런 감정이 생겨나는 이유와 방식에 대한 설명을 자동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무슨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지 않는 반면에 다른 어떤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낸다. 체질에 따라 더위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불법개입 의혹과 같은 엄청난 일에도 분노하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에는 분노한다. 왜 그럴까? 자신의 권리 침해 여부와 정도에 대한 인식이 남들의 인식과 다른 데에서 비롯하는 현상이다. 그 사람에게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자신의 권리 실현을 전혀 침해하지 않은 일이지만, 젊은이들이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침해하는 일이다. 짜증을 내고 분노를 하는 대상과 때는 이처럼 분명히 상대적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그 감정에는 권리 의식이 깔려 있다. 그리고 권리 의식에는 질서에 대한 일정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다. 질서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부터 한 사회 안에서 분노하는 자들간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공진성, <공적 분노의 소멸>,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43-44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4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