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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에서 패한 사람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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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은 무엇을 하든 1등을 해야 하고 경쟁을 전 지구를 대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력과 권력의 입증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핵심 교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노해가 노동계급 내부의 사랑(‘우리들의 사랑’)을 의심없이 가정하고 전제했던 것은 1980년대 후반의 노동자투쟁과 그것의 장기적 지속 속에서 그것이 자명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는 1990년대 이후 이 계급내부의 사랑은 의문에 붙여진다. 노동운동 조직은 점점 자신을, 약자를 희생시키는 권력으로 드러낸다. 점점 동료들에 대한 정리해고에 협력하고 비정규직, 여성 등을 차별하는 데 주저함이 없게 된다. 자본과 노동 사이의 지배/피지배 관계에 노동계급 내부에서 승자/패자 관계가 중첩된다. 미디어, 학교, 기업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부채질되고 제도화되면서 경쟁은 마치 자연의 절대명령인 것처럼 만인이 따라야 할 보편적인 사회원리, 생활원리로 부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정규직 노동집단의 일부를 잉여가치 수혜계급으로 편입시키면서 계급간 적대관계를 희석시키고 계급내 경쟁관계가 계급간 적대관계보다 훨씬 더 본질적이고 우세한 관계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패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패배감, 열등감, 우울증, 공황, 와병, 자살로 가거나 분노, 증오, 테러, 살인, 무차별살인으로 나아가게 된다. 승리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본주의에서 승리는 오직 타자들에 대한 인간적 배려능력을 상실하고 오직 자본축적의 저 사물적 흐름만을 삶의 실제적 논리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 즉 인간적 존엄을 상실함으로써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부영은 비정규직 장치가 노동자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의 삶을 존엄하지 못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서술했다. 그런데 살펴보면 자본가집단의 구성원도 이 존엄하지 못함에서 전혀 예외가 아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승리한 사람들은 편집증에 시달리게 되며 승리한 위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초조감, 승리에서 오는 독선주의와 엘리트주의, 승리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부단한 가학증에 시달리게 된다.  
 
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3-34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