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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덫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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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현장상황을 보자. “거기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되어 작업을 하는데 사내하청업체의 독립적 경영과 노무관리로 은폐하기 위해 서로 말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가 있습니다.”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여 수행해야 할 공동의 작업라인에, 서로 ‘말’도 해서는 안 되는 두 집단의 노동자가 뒤섞여 작업하는 것이다. 하나는 현대의 정규직 노동자 집단이며, 다른 하나는 사내하청이라는 형식으로 불법 파견된 노동자집단이다. 후자는 형식상으로는 원청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다. 두 집단의 노동자 사이의 이 소통단절의 상황은 품질하락으로 연결된다. 품질문제 개선의 주체인 관리자들은 ‘보초’를 서느라고 바쁘며 서로 연결된 작업라인 속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음으로써 “현대차의 각종 품질지수는 곤두박질치고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의 임금을 받으며 동일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노동한다. 고통스러운 것은 비정규직만이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조차 세계최장시간의 노동으로 인해 과로사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로 여기며 어렵고 힘든 일을 떠넘길 안전판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적 분리는 노동자간 신분차별과 격차의 상징, 사회 양극화의 상징으로 된다. 이것은 노동자로 하여금 노동자를 착취하게 하고 그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유발한다. 하부영은 이것을, 자본이 노동자를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수단이라고 부른다. 노동계급을 대립하는 집단들로 분할하고 그 어느 집단의 삶도 존엄하지 못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비정규직이라는 장치며 그에 따르면, 이 장치는 기업이 설치한 일종의 ‘악마의 덫’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시키자는 담합과 공동모의”에 가담하며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하던 정의감은 사라지고 그 의식은 부패하고 타락한다.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오와 적개심’이 자본가들을 향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구조가 자본의 계급지배를 재생산하는 삶권력의 장치라는 것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6-27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