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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름의 역할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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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정규직 노동조직들이 자본조직들을 닮아갔던 것일까? 어떤 조건이 그러한 ‘닮기’를 규정했던 것일까? 2013년 3월 29일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출범 10년째를 맞은 날이었고 이 비정규직 노조의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철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한 지 160일이 넘은 날이었다. 이날 정규직 노조인 현대자동차노조 전임 부위원장이었던 하부영이 한겨레신문에 한 편의 글을 보냈다. 그 글에는 오늘날 기업조직과 노동과정 내부에서 관리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실상과 이들 사이의 갈등관계가 경험에 입각하여 사실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우선 최상층인 관리직의 업무내용과 상태를 보자. “회사의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벌써 3년째 본연의 업무는 내팽개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혹시 점거농성을 하지 않을까 감시하기 위해 공장 출입구와 옥상 입구에서 보초근무를 섭니다. 철야보조근무를 서고도 개인업무에 대한 능력평가 때문에 퇴근하지 못하고 졸면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갑니다. 비정규직 파업현장에 동원되어 상호폭력에 휘말려 부상자도 속출합니다. 빠지고 싶어도 인사평가에서 하위 5%를 받으면 PIP(역량강화교육)라는 퇴출프로그램으로 내몰립니다. 대학 나와 보초서려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느냐며 무너진 자존감에 괴로워하는 관리자들이 회사 업무에 집중할 리 만무합니다.” 관리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그들과의 몸싸움을 하도록 만드는 장치는 그들에 대한 기업의 능력평가와 인사평가라는 경쟁제도이다. 이들의 역할은 지주소작관계에서 지주를 대리해 토지와 소작인들을 관리했던 마름의 역할과 유사하다.  
 
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5-26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