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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보위를 위한 시나리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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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저녁에 이 세 사람은 이씨를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그 중 김씨는 이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이씨의 집까지 동행한 후, 이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아파트로 밀치고 들어와 이씨를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이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김씨의 성폭행은 중도에 좌절되었다. 이것이 2008년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골자이다. 왜 민주노총 간부인 김씨가 이씨를 성폭행했을까? 김씨는 ‘자신이 술에 만취해 취중에 저지른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사실과는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것을 성욕에 따른 우발적 폭력이라고 보기에도 정황적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사건의 전후에 전개된 일련의 사정들은 그것이, 이씨로 하여금 조직보위를 위한 시나리오를 순순히 따르도록 만들면서 동시에 그 시나리오에 ‘사후적으로’ 사실성(“밀접한 개인적 친분”)을 부여하려 한 일정한 폭력적 예방조치이지 않았을까하는 추정을 하도록 만든다. 만약 이 추정대로라면 이 사건에서 성폭력은 조직폭력이 발현되는 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조직폭력은, 부당한 국가권력인 이명박 정부와 싸울 ‘민주조직’을 ‘보위’한다는 명분으로 행사되었다. 이 위원장의 은신과 관련된 처음의 진술시나리오는 부당한 국가폭력으로부터 손씨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조치였지만 손씨의 선배인 이씨를 희생시키는 방향에서 조직적으로 구상되었다(1차 폭력). 그리고 그것은 또 이씨에게 설득, 회유의 방식으로 강제되었다(2차 폭력). 이것은 다시 성폭력이라는 새로운 폭력의 동원으로 이어졌다(3차 폭력). 조직폭력의 행사는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다.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심지어 정당화하려는 조직적 시도, 이를 위해 피해자를 침묵시키려는 시도가 그야말로 민주노총의 전 기구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행사되었다(4차 폭력). 예컨대 민주노총 상급기관을 비롯하여 전교조의 주요기관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이를 위해 전화, 방문, 문자메시지, 면담 등을 통해 피해자를 회유하고 협박하는 식의 폭력이 동원되었다.  
 
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2-23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2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