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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중의 분노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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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합의가 노동조합 조직의 추락과 균열의 마지막 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노동자를 희생양 삼기에서 이제 여성을 성폭력 하기로 나아가는 추락과 균열의 심화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수배중이었던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일산의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아파트에 숨은 것은 그해 12월 1일이었다. 그는 닷새 후인 12월 5일 그 아파트에서 체포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수많은 촛불시민들을 연행하고 구속하는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불복종을 다스렸고 이 위원장의 체포와 연행도 그러한 통치과정의 일부였다.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것은 명백한 계급적 폭력으로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폭압정권에 대한 계급적 분노로 발전하기는커녕 민주노총에 대한 다중의 분노를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초등학교 교사 이씨가 이 위원장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고 은신을 도운 것은 평소 알고 지내던 전교조 조합원인 손씨의 ‘부탁’을 받고서였다. 그런데 이 이원장의 체포 다음날인 12월 6일 오전에 손씨, 민주노총의 조직강화위원장 김씨와 재정국장 박씨는 이씨에게 ‘조직보위’를 위해 이 위원장의 은신과정에서 누구의 부탁도 없었고 이 위원장이 직접 찾아와 숨겨주게 된 것이라고 진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손씨를 살리기 위해 이씨를 희생시키는 진술 시나리오였다. 이후의 사건은 이 요구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폭력이 행사되면서 거대하게 비화되었다. 그것이 행사된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2월 6일 오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이씨를 만난 손씨, 김씨, 박씨는 경찰수사에 대비해 이씨에게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진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시나리오의 핵심은 ‘손씨의 소개’를 사실에서 지우는 것에 있었다. 민주노총 이신행 위원장과 김상완 조직강화위원장은 누구의 ‘부탁’도 없이 이씨의 집으로 ‘직접’ 찾아 왔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김상완과 이씨 사이의 사전의 “밀접한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고 하자는 것이었다.  
 
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1-22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