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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된 남성 노동자들에 대한 분노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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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여성노동자들은, ‘왜 우리를 팔아넘겼는가? 왜 우리를 속여넘겼는가?’ 물으며 노동조합으로 몰려가서 드러누웠다. 이들은 모두가 사라진 공장을 이러저리 내달리다, 내팽겨쳐진 징을 들고 부러진 각목으로 꽝꽝 두들기기를 반복했다. 밤이 되면 아무 것이나 마구 패대기치며 고함을 질렀다. 이들의 감정의 상태가 무엇이었을까? 배신감, 두려움, 외로움, 슬픔 등 복잡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겠지만 그 핵심에 분노가 요동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박노해가 사랑의 계급으로 묘사한 통일된 노동계급이 그 내부에서 균열되어 서로의 적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정리해고, 복직투쟁기를 기록한 영상보고서 <밥.꽃.양>이 밝혀낸 하나의 역사적 순간이다. 이 분노의 성격이 무엇일까? 계급간 분노의 심층에 놓여 있는 계급내 분노? 아니면 계급 분노와는 다른 성적 분노?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의 윤리적 분노? 이후 정리해고된 식당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회사로부터 하청받아 운영하는 직영식당에 채용되었다. 노조가 정리해고된 여성노동자만을 채용하고 희망퇴직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277명이 하던 일을 144명이 하게 된다. 그 때문에 노동강도는 2배로 높아졌다. 게다가 임금도 40%나 삭감되었다. 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면서 이들은 정리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을 위한 출근투쟁을 병행했고 알몸투쟁, 삭발시위, 단식농성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했다. 2년에 걸친 긴 복직투쟁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고 지친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로 남아 있거나 생산라인 보조직으로, 다른 식당으로 흩어졌다. 이를 계기로 이들의 추락만큼이나 깊게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신뢰도 추락했다. 10년 전, 박노해는 노동계급의 분노가 자본가계급이라는 단일한 적을 향해 서로 사랑하는 단일한 계급의 분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분노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그것은 자신들을 이용한 후에 정리해고하는 자본가계급을 향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는 조직된 남성노동자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분노가 이 둘보다 훨씬 더 많은 표적을 겨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정환, <분노의 정치경제학>,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0-21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