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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적 열망과 풀이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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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을 말 그대로 풀이해보면 탈을 쓰고 노는 놀이이다. 탈을 쓰고 춤추며 말과 노래로 엮는 놀이적 연극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대개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연기자가 가면으로 얼굴이나 머리 전체를 가리고, 본래의 얼굴과는 다른 인물이나 동물 또는 신으로 분장하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탈춤의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에는 오늘날 봉산탈춤의 팔목중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이 남아 있다. 이후 행해졌던 불교의 팔관회를 중심으로 한 상층부의 문화가 체계를 갖추게 되면서 국중대회의 유산이 마을굿으로 계승되었던 것이며, 이것이 민속극 정립의 모태가 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 들어 한국 대학가에 번진 민중운동과 연계되어 새삼 널리 보급된 이 탈춤이 마당극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일 것이다. 탈춤의 구성 원리와 일정 부분의 형식이 마당극에도 그대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마당’ 혹은 ‘판’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민중운동의 ‘장’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당시 민중운동, 특히 학생운동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언제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 놓을 수 있는 공간을 갈망했고, 그런 상황에서 탈춤은 맞춤한 일종의 ‘꺼리’가 될 수 있었다. 탈춤이 자신을 숨기는 탈을 쓰고 평소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행위라는 측면에서 그들의 열망을 공개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대학 내 문예운동은 전통을 재발굴하고 계승한다는 명분 아래 풍물과 탈춤이 중심이 된 전통 연희패 등을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 마당극은 그런 과정 속에서 탈춤이 가진 개방성과 현장성을 기반으로 숨겨져 있던 열망을 드러내게 하는 주요한 시도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열망은 탈춤처럼 단순히 ‘짜인 대본의 읊조림’이거나 이의 패러디에 그치지 않는다. 마당극의 기획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단창작의 과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집단창작은 그들의 열망 나아가 시대‧사회적 소명을 담아내는 필수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한 개인의 감정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집단 감정과 그것에 대한 공감, 그리고 분출과 그 이후의 영향까지를 고려한 고차원적 감성문예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마당극의 기원이 온전히 탈춤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적어도 마당극은 탈춤과는 달리, 즉 그것을 구성하는 전 과정에서 이미 짜인 틀이나 개인적 예술 행위와는 달리 집단의 감성과 집단적 예술 행위가 모두 포용되는 극 장르였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대학 마당극의 경우가 그렇다. 
 
조태성, <마당정신의 시학>,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54-155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5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