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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 끝에 모은 분노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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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더라도 정의를 증명하더라도 피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지식인들의 몸짓은 작고 조심스러웠다. 보편적 억압이 충만한 시대에 지식인이 그냥 당당하고 용감할 수만은 없었다. 작은 몸짓으로 분노를 삭이면서 아울러 용기 없는 그 부끄러움을 은폐해 왔다. 사적으로 지니고 있는 비판을 공적인 것으로 표명하는 것을 회피하면서 기회주의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으려 했다. 허나 전통 지식인의 후예로써 가치와 지성을 완전히 철회할 수 없었다. 그것들이 그들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인들은 더 이상 용기 없음을 은폐하거나 머뭇거릴 수 없었고 분노했고 그 분노는 상속되어졌다. 지식인은 이슈를 만들어 역사발전을 이끌었고, 여기에 대중들이 열정적으로 호응하여 커다란 폭발력을 가진 에너지를 형성했다. 1963년 함석헌은 “민중이 정부를 다스려야 한다”며 민정 이양을 미루고 있는 군부세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감옥문만이 민정으로 건너가는 직통로다. 자유를 구속하는 자들이 민중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감옥을 짓지만 자유는 감옥에서 알을 까 가지고 나오는 것을 어찌하나? 압박하는 자는 그것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감옥을 넓히고 높일 것이다. 그러나 감옥이 넓어지고 높아질수록 자유의 길을 열리는 것을 어쩌나. 민권을 찾고 싶거든 감옥으로 가라! 살고 싶거든 죽음의 입으로 들어가라!”고 대중의 각성과 분노를 촉구했다. 어두운 현실에 지식인들은 목에 걸린 가시를 뱉듯이 붓 끝에 분노를 실었다. 그것은 정당하고도 도덕적인 분노였으며,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직업과 안전은 물론 목숨까지도 바쳤다. 설령 죽더라도 그 죽음은 명예로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인간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1960년의 4‧19혁명, 1970년대의 반유신투쟁, 1980년의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중심에는 늘 지식인이 있었다.  
 
김창규, <지식인의 분노와 부끄러움>,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43-244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4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