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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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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학생들은 탑골공원에서 “광주민주항쟁 7주년 범국민 민주영령 추모대회”를 가지려고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되었다. 대회에 앞서 학생들은 연행될 각오로 참가하며, 폭력은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날 주동자의 신호에 따라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시위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돌과 화염병, 각목 등 어떤 형태의 무기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경찰이 연행하려 하자 학생들은 옆 학생의 팔을 깍지 끼고 도로에 드러누웠다. 경찰이 투입되면 일단 도망가기에 바빴던 과거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씩 연행하기 위해 경찰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무자비하게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댔고 누워있는 사람들 위로 사과탄을 던지기도 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말렸고, 연행되는 학생들을 구출하기도 했다. 그동안 시위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고 비난하거나 구경만 하던 시민들이 학생에게 박수를 보냈다. 학생들은 맨몸으로 경찰을 굴복시킨 것이다. 징역 갈 각오로 … 가두에 … 연쇄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수백 명이 연좌로 저항하고 오직 구호는 대중의 지지에 기반한 ‘호헌철폐’, ‘민주쟁취’로 단일화했다. 비폭력 무저항이 아니라 가장 결연하고 가장 도덕적이며 가장 순결하고 가장 대중의 지지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폭력 결사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당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이인영의 증언) 경찰은 1만 5,000명을 동원해서 종로 3가 일대를 원천 봉쇄하고 학생 1,284명을 연행해 6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화염병도 돌멩이도 들지 않은 학생들을 처벌할 명분이 없었다. 연행된 학생들은 수배 중인 세 명만 빼고 전원 석방되었다.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무언가는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서 이제는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과 함께 박종철 고문 사망 사건을 은폐하고 범인을 조작한 것에 관한 분노는 5월 27일 정치권과 재야 단체가 함께 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 발기인 대회로 모아졌다.  
 
류시현, <87년, 뜨거운 여름>,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25-227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2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