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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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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 파행의 책임을 여당에게 물으면서 야당인 민주당이 촛불집회 원외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 집회 연단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이 시민들 앞에서 ‘합창’으로 부른 노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였다. 이 노래는 OST 음원 그대로 촛불집회 관련 UCC 동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하고 번안가사로 노래 불러지기도 하면서 사실상 2013년 촛불집회의 주제가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혁명기 분노하는 민중을 그린 가사의 내용적 함의가 촛불집회의 성격과 부합한다는 점이 선곡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이 공교롭게도 작년 대통령 선거일에 개봉됨으로써 야당 지지 세력의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과 중첩된 기억 또한 고려했을 것이다. 한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삽입곡들은 오랜 휴식 끝에 현역 선수로 복귀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끈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의 새 스케이팅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2008년 미국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그랬듯이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순수한 시민의 동참을 전제로 한 촛불집회에 과거의 민중가요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거기에 최근 보수 세력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민중가요의 대표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빨갱이의 노래’라는 찜찜한 혐의를 받고 있었으니 민주당 의원들로서도 마땅히 부를 노래가 없었을 것이다. 이 에세이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민중가요의 시대’가 저문 이후로 함께 부를 만한 분노의 노래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스펙터클인 뮤지컬 장면이 촛불의 스펙터클과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민중’은 이미 ‘국민’이나 ‘대중’과 구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었다. 씁쓸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민중의 노래 소리’는 그간 ‘민중’으로부터 배제되었던 무색의 ‘대중’, 그 ‘존재론적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불온한 만남에서 들려오게 될지도 모른다. 촛불의 마당이 그 만남의 새로운 기점이 될 수 있을까? 
 
최유준, <친밀함의 스펙터클을 넘어>,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07-209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0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