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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과 소속사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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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대중음악 청중들은 ‘기획사’나 ‘소속사’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아이돌 그룹이 대중음악계를 장악하게 되면서 그러한 용어가 대중들에게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는데, 그 출발점은 가수 출신 연예기획자인 이수만이 1995년에 ‘에스엠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창립한 뒤, 남성 5인조 그룹 H.O.T(1996 데뷔), 여성 3인조 그룹 S.E.S(1997년 데뷔), 여성 솔로 가수 보아(2000년 데뷔) 등을 잇달아 데뷔시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내면서부터일 것이다. 이전에도 연예기획사가 없지 않았지만, 일본의 대규모 연예기획사를 면밀히 벤치마킹한 이수만의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의해 아이돌 그룹의 체계적 육성과 관련된 하나의 공식화된 성공 전략이 만들어졌고 이를 모방하고 공식화하는 수많은 기획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 기획사에서 치르는 치열한 경쟁의 오디션을 통과한 뒤 기획사 ‘소속’의 연습생 신분으로 있으면서 데뷔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5~6년까지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조차 속속들이 아는 사실이 되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아이돌 그룹의 활동영역은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TV 드라마와 영화 혹은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크게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성공한 아이돌 그룹이 대중들에게 발하는 매력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소속사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또한 확대되었는데, 이제 믿을 만한 관리자(매니저)와 기획사의 도움이 없는 연예계의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유행과 함께 음악 전문 케이블 TV의 경우 아이돌 그룹을 비롯한 가수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 엠넷(Mnet)에서 2009년에 방영한 <제국의 아이들>처럼 아직 데뷔하기 전의 신인 아이돌 그룹을 조명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적잖은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연습생’ 신분이었던 아이돌 그룹이 소속사의 감독 아래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화려한 데뷔에 이르는 성공의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중들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시청자는 TV속 아이돌 출연자들에 밀착하여 감정이입이 되는 동시에 출연자들을 감독하는 기획사나 소속사 사장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로써 ‘노예 계약’ 관련 기자회견장에 섰던 가수들만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들도 소속사의 관점을 내면화하게 된다. 요컨대 ‘소속사,’ ‘기획사,’ ‘매니저’ 등은 ‘아이돌’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카프카의 소설 속 ‘여곡마사’와 ‘서커스단장’처럼 이들은 텔레비전의 무대에 함께 오른다.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들은 카프카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이들(멘티와 멘토) 사이에서 펼쳐지는 친밀함의 스펙터클에 둘러싸인 채 “아득한 꿈에” 잠기는 것이다. 이것이 ‘분노할 수 없는 현실’이 구축되는 방식이다. 
 
최유준, <친밀함의 스펙터클을 넘어>,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04-206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20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