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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성과 시대정신의 융합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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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풍물 공연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극 공연은 농촌활동에 대한 의의를 확실하게 확보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가 될 수 있었다. 농촌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농촌의 구성원들에게도 별 거부감 없이 시대적 이슈에 반응하게 하는 맞춤한 공연 형태가 되었던 것이다. 일례로 1990년대 초반 대학의 농촌활동이 총학생회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전국 대학들 사이의 연대 관계가 굳건해지면서 농촌활동 또한 전국적으로 동일한 이슈와 맥락에서 추진되고 시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대의 이슈는 ‘쌀 개방’이었다. 저 유명한 미국의 쌀 ‘칼로스’가 한창 회자되던 시대이기도 했다. 실제로 1993년 여름 농촌활동 시기에 전통극문화연구회 ‘삶과 마당’은 <우리 쌀이 일반미여!>라는 마당극을 기획하여 전라남도 보성군 일대에서 하루 평균 2차례 씩 거의 열흘 간 공연한 바도 있다. 이 작품의 두 축은 등장인물로 설정된 우리 쌀 ‘일반미’와 미국 쌀 ‘칼로스’이다. 다음은 대본 중 어느 한 부분의 지문이다. 일반미와 칼로스 판에서 만난다. 먼저 일반미의 힘자랑이 벌어지고, 칼로스의 힘자랑이 벌어지며 일반미와 칼로스의 대결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강력한 일반미의 힘에 의해서 칼로스는 점점 약해지고 쓰러진다. 이때 칼로스에게 농약(마약)병이 던져지고 칼로스는 그걸 먹고 힘이 강해진다. 칼로스는 강한 힘을 가지고 일반미를 쓰러뜨린다. 이 마당극이 공연된 당시는 쌀 수입 개방 여부를 놓고 전국이 들썩이고 있던 무렵이었다. 정부에서는 미국쌀을 수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선전하며 쌀 수입을 적극 옹호하고 있을 때였다. 반면 농민회를 주축으로 한 사회 운동권에서는 이를 생존권의 문제와 결부시키며 강력 반대하고 있을 즈음이기도 했다. 이때 이루어진 농촌활동에서는 당연히 이러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리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로 마당극을 선택하였다. 마을 한 가운데에서, 혹은 장날 장터의 한 복판에서 이루어진 마당극은 그 자체로 가진 풍자와 해학으로 인해 더욱 효과적인 선전전의 도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마당극의 태생이 본래 전통사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보면 이러한 효과는 의도된 것이기보다는 마당극이 본래 담고 있던 전통성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전통성과 공연 집단의 의도성이 한데 어우러져 그 효과가 배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런 마당극의 전통은 적어도 ‘삶과 마당’이라는 극 조직에 한정한다 해도 벌써 30여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오고 있다. 
 
조태성, <마당정신의 시학>,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67-169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6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