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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삶’을 펼치는 역동적 공간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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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에서 ‘마당’이란 먼저 ‘집 둘레에 반반하게 닦아 놓은 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어떤 일이 진행되는 장소나 자리, 또는 기회’, 그리고 ‘민속극에서 단락을 세거나 판소리에서 마당을 세는 단위’라는 부가적인 의미들도 함께 갖고 있다. 마당극에서의 ‘마당’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의미와 관련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좀 더 세밀하게 살펴할 것은 이러한 마당이 본질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한 주변’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주변’이라는 심리적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나 없이 마당은 존재하지 않으며, 마당 없이는 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당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 그 자체일 수 있다. 그리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타자들이 될 수 있으며, 그런 삶들이 어우러진 하나의 시공간적 세계가 될 수 있다. 그런 세계들의 현실적인 발현 장소로서의 마당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당은 결국 ‘삶’과 다름없는 것이 된다. 공연 장소로서의 마당이 갖는 공간적 상징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삶을 포용하는 마당은 그 삶을 지탱하는 어떤 정신을 기반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신은 다분히 세계적인 것이 된다. 즉 나와 타자들의 정신이 충돌하거나 포용되면서 융합을 이루어가는, 그리하여 하나의 공통적인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은 일단 공연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마당보다는 훨씬 구체적이다. 마당이 어디에서든 구성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에 반해 판은 좀 더 장소적 제약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어떤 구체적인 공연 행위를 내포한다는 점에서는 마당보다 훨씬 포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굿판, 소리판, 춤판 등등의 용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판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연행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장소를 말한다. 이영배가 지적한 대로 판이란 우선 사건이나 일, 놀이들이 벌어지는 ‘장소/공간’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굿, 소리, 춤 등과 같은 인간의 활동이 펼쳐지는 특정한 ‘장소/공간’을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판’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 활동을 지칭하기도 하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마당과 판을 구별해 보는 일은 둘 사이의 어떤 차이점을 찾아내고자 함이 아니다. 보다 궁극적인 것은 둘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며, 그것들이 결국은 ‘사람’과 ‘삶’에 관련 있음을 들추어보자는 것이다. 그런 삶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서의 마당과 판의 조화를 읽어봄으로써 그 마당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소통 능력에 공감해보자는 것이다. 마당은 장소적 개념에서는 구체성을 띠지만, 대신 삶을 발현시키는 공간적 개념에서는 비구체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원래부터 비구체적일 수밖에 없는 유연한 삶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한다. 반면 판은 비구체적인 장소의 개념이지만 공연의 과정에서 구체성을 띠면서 비구체적인 삶을 구체적인 인간 활동으로 전환시켜주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한다. 결국 마당과 판의 궁극적인 존재 조건은 사람이며, 그들의 삶이자 그들의 삶을 지탱하고 이어가고자 하는 감성의 역동성인 것이다. 
 
조태성, <마당정신의 시학>,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59-160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5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