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 주강에 문정전에서 《논어》를 강하였다. 형조 판서 이시발(李時發)이 아뢰기를, “본조의 죄인 고 부제학 홍경신(洪慶臣)의 첩이 남편을 죽인 일을 다시 추열하였으나 그 실정을 알아내지 못하였다는 것은 일이 매우 의심스럽습니다.”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의 어미와 그의 종이 이미 납초(納招)하였으니 실정을 알아내지 못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하였다.
경신은 선조(先朝) 때 문학으로 이름이 났다. 늙어서 아내를 여의고 첩을 얻었는데 너무도 사랑하였다. 그의 첩은 본시 양가(良家)의 딸이 아니었다. 경신이 질병을 얻어 피를 토하고 죽었는데 온 몸이 검푸렀으므로 친척들은 그가 독약을 먹인 것이 아닌가 의심을 품었다. 장사를 지내고 나서 첩이 오랫동안 자기 어머니의 집에 가 있었는데 경신의 아들 홍채(洪采)가 그 집에 가 보니 마침 함객(闞客)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이를 보고 분개한 채는 아버지가 비명을 죽은 것이 더욱 마음아파서 아우를 데리고 가서 형조에 정장(呈狀)하였다. 형조가 경신의 첩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종을 국문하니, 종은 곧바로 승복하였다. 그의 어머니도 그가 평소에 음란하였던 실상을 말하였는데, 재차의 국문에 이르러 앞에서 한 말을 뒤집었으므로 옥사가 오랫동안 결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채 등이 상언(上言)하였는데, 그 내용에 형관을 공박하는 것이 있었으므로 형관 이시발이 소장을 올려 사직하니, 상이 답하였다.
“아비의 원수를 갚으려 하는 것은 아들된 자의 지극한 심정이고 옥사를 신중히 결단하는 것은 유사의 공변된 마음이다. 경은 잘못이 없는데 남의 말을 계교할 것이 뭐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