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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차돈의 순교

노(怒)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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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명신(明神)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낯선 객신(客神)을 불러들여 나라 일을 그르치고 민심을 어지럽게 하시렵니까?” 대신들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법흥왕은 매우 탄식했다. “아, 짐이 박복하여 신하 가운데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누구와 이 일을 의논할 것인가?” 그때 충성심이 강하고 신심이 굳은 사인(舍人) 박염촉(이차돈)이 나아가 고했다. “천자의 깊은 뜻을 소신이 실천해 볼까 합니다.”
그러나 그는 비록 대신의 아들로 일찍이 고구려에 유학하여 불법의 대의를 배워온 사람이긴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서 왕은 고개를 저의며, “이는 네가 할 일이 아니다.” 하고 극구 만류하였다. 그러나 염촉은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것은 신자(臣者)의 절개요, 임금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은 백성의 의리이거늘, 나이 어린 신하이기로서니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청경림에 절을 짓는 일은 소신이 맡겠습니다.”
“모든 신하가 반대하는데 너만 홀로 이 일을 맡겠다 하니 기특한 일이긴 하나 나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 아예 생각지도 말라.” “아닙니다 대왕님, 절을 짓는 것은 소신이 홀로 행한 것으로 해주십시오. 그러하면 저들은 필시 저를 베이려 할 것입니다. 만일 이 목에 베이게 된다면 그 때는 비상한 일이 생겨 그로 인하여 만인이 다 굴복하고 나라 사람들이 임금님의 뜻을 어기지 아니할 것이니 원컨대 어명을 내려주시옵소서.” “너의 뜻은 가상하다. 그러나 짐승의 목숨도 아끼는 나로서 어떻게 죄없는 충신을 죽일 수 있겠느냐.” “버리기 어려운 것은 목숨이오나 신이 저녁에 죽으면 대교(大敎)가 아침이 되어서는 중천의 해와 같이 떠올라 임금과 신하가 다 함께 부처님의 은혜 가운데 편안해질 것이니 작은 것을 버려 부디 큰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너는 참으로 나라를 위하는 충신이요, 불법을 지키는 보살이다. 몸은 가도 이름은 영원히 남아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길이길이 빛나리라.”
이렇게 임금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충신 이차돈은 몇 사람의 일꾼들을 사가지고 청경림에 들어가 나무를 베고 터를 골랐다. 대신들은 이러한 소문을 듣고 일시에 대궐 안으로 모여 들었다. “대왕마마, 지금 청경림에선 이차돈이란 요신이 나무를 베고 터를 고른다 하는데, 이는 대왕님의 명령이라 합니다. 사실입니까?” 대왕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노기에 찬 음성으로 “나는 그런 일을 시킨 일이 없다. 만일 그런 자가 있으면 잡아오라.” 이차돈은 두 손을 묶인 채 대왕 앞에 엎드렸다. “너는 어찌하여 중신들이 반대하는 것도 불구하고 왕명을 사칭하여 청경림에 절을 지으려 하였느냐?” “비록 왕명을 사칭한 것은 백번 죽어도 마땅하오나 대왕께서 하시고 싶은 일을 실행하였아옵기로 상을 받아도 떳떳하리라 생각합니다.” “뭐, 뭣이라고......?” 대신들은 깜짝 놀라며 눈을 부릅뜨고 이차돈을 쏘아 보았다. 그때 왕은 “너의 생각은 심히 갸륵하나 짐으로서는 두 가지 길을 쫓을 수밖에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느냐?”
이때 한 신하가 나아가 아뢰기를 “이차돈은 위로 왕명을 어기고 아래로 천하 사람들의 뜻을 어겼아온즉 참형하는 것이 지당할까 하옵니다.” 하는지라 모든 중신들이 이 말에 찬동했다. 그는 곧 형장으로 끌려갔다. 백성들이 침을 삼키며 보는 가운데 막난이가 춤을 춘다. 이차돈은 근엄한 얼굴로 두 손을 모아 기원했다. “나라의 법왕이 불법을 일으키고자 하므로 내 스스로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그에 의해 이 몸을 버리오니 시방제불과 천지신명께옵서는 이 일을 증명하시고 이를 계기로 큰 법을 온 누리에 비오듯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손을 내렸다. 순간 막난이의 칼날이 한번 번득이자 그만 목이 떻어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맑은 하늘에 천둥이 노도하고 해와 달이 숨어 빛을 잃으며 온갖 산천이 크게 울어 천지가 진동하더니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하늘음악이 들여오는데 떨어진 머리는 금강산으로 날아가고 목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지 않고 흰 젖이 한 길도 넘게 흘렀다.
구경꾼들은 당황하여 갈 바를 모르고 대왕은 홀로 탄식하며 용포를 적시는데 중신들은 겁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불법의 진리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 이후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기에 이른 일에 대한 {삼국유사} 의 기록이다.
이차돈이 왕명을 사칭하여 천경림에서 사찰 건립을 시도한 것에 대해 죄를 물어 추궁하였으나 그는 오히려 왕의 뜻을 받든 것이라 주장하였다. 대신들이 화를 내고 왕명을 어진 죄를 물어 이차돈을 참형하였고, 이차돈의 목에서 흰 젖이 솟구치는 등 신이현상이 일어나 대신과 사람들이 놀라고 법흥왕이 눈물을 흘렸다.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불법의 진리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 이후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었다. 
한정섭, {불교영험설화}, 법륜사, 1975. 
{삼국유사(三國遺事)}권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