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원문]임금이 술자리를 베풀고 유시하기를, “인군(人君)의 마음으로 어찌 사람을 죽이려하겠느냐? 이 사람을 죄주는 소이(所以)는 비유하건대 천지(天地)가 물(物)을 낳게 하는 마음으로써 가을에 이르면 만물(萬物)을 숙살(肅殺)함과 같으니, 진실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김진지(金震知) 등은 백성에게서 마구 거뒤들여 뇌물을 공공연히 행하였으니, 죄가 용서할 수 없는 데 있다. 즉시 형(刑)을 집행하려 하나, 사람이 나더러 노여움으로 인하여 신하를 죽이고 또 분(忿)을 타고 형벌을 결행하였다 하여, 회한(悔恨)이 생길까 두렵다. 예전에 당(唐)나라 태종(太宗)이 길에서 신하를 죽이고 종신토록 후회하였다 하니, 이러므로 내가 장차 대신(大臣)에게 문의한 연후에 결단하겠다. 만약 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면, 한 도(道)의 백성이 모두 함부로 거두는 데 지쳐서 편안히 살 수 없을 것이니, 한 사람을 죽여서 만백성을 살리고 그 나머지를 경계함도 또한 옳지 않겠느냐? 재추(宰樞)의 의향은 어떠한가?” 하였다.
모두 대답하기를, “옳습니다.” 하였는데, 홀로 상당 부원군(上黨府院君) 한명회(韓明澮)·병조 판서(兵曹判書) 김질(金礩)이 앞에 나아와 아뢰기를, “김진지(金震知)의 죄는 진실로 죽어 마땅하나, 그러나 그의 어미의 나이가 90이 넘었고 김진지는 또 외아들이니, 이것이 가긍(可矜)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법(法)이란 만세(萬世)에 전하는 것이니, 어찌 어미의 연고로써 변함이 옳겠는가? 내 이미 깊이 생각하고 궁리한 것이니, 경(卿)은 다시 말하지 말라.”하고, 드디어 명하여 김진지(金震知)·강안중(姜安重)을 참형(斬刑)에 처하게 하고, 죄상(罪狀)을 갖추 기록하여 군중(軍中)과 8도(八道)에 전하여 보이게 하였다.
의금부(義禁府)에 전교하기를, “김진지·강안중은 교지(敎旨)를 준수하지 않고, 민간에서 함부로 거둬들여 재상(宰相)에게 뇌물하였는데, 장령(掌令) 정효상(鄭孝常)·헌납(獻納) 김계창(金季昌)은 모두 대간(臺諫)으로서 흐리멍덩히 잘 검찰(檢察)하지 못하였으니, 추국(推鞫)하여 아뢰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