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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기억은 가슴에 오롯이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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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쑤시고 아프더라고요. 멍이 든 게 가시면 괜찮겠지 하고 병원에는 안 갔어요. 그런데 계속 아파서 며칠 뒤 9시 반에 일 끝나고 약국 문 닫기 전에 가서 손톱을 보여줬죠. 공장에서 일하다 다쳤다고 말하기가 창피해서 집에서 일하다 어디에 찧어서 멍들었는데 약 좀 주라고 했더니, 왜 양쪽 손톱이 두 개가 다 그러냐고 약사가 물어요. 주사 맞는 게 빠른데 병원 가지 그러냐 하더라고요.” 시커멓게 멍이 져 간신히 붙은 손톱. 오명순 씨는 평소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데 화장품 가게에 가서 분홍색 매니큐어를 샀다. 다친 손톱을 가리기 위해 열 손가락에 다 발랐다. 금방 안 빠지던 손톱이 밑에서 새 손톱이 나오자 어느 날 툭 빠졌다. “손톱 빠지기 전까지 한참 덜렁덜렁 해서 다녔어요. 처음 2주 동안은 무척 아팠는데 손톱이 빠지고 나서는 덜 아프죠. 아직도 어디에 닿으면 아파요. 엄살 많은 사람 같으면 일 못하죠. 돈이 뭔지 진짜. 내가 딸아이한테 ‘이렇게 돈 벌어서 쓰기도 아깝겠다’ 그랬다니까요. 손톱까지 빠져 가면서 번 돈이니. 내가 오죽하면 빠진 손톱을 버리지 않고 놔뒀겠어요.” 분홍색 매니큐어가 발린 검은 손톱. 그이는 딸에게 네일아트 손톱으로 써야겠다고 우스갯말을 했다는데, 새 손톱이 다 자라나도 아픈 기억은 가슴에 오롯이 남겠지. 
 
박수정, <파견 노동자의 일상>, <<우리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305-306쪽.  
최유준 외저, <<우리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30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