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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탄압에 대한 분노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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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년들 모두 전쟁에 나가 총알받이로 죽으라고? 죽으라고 선동하는 것 아니야? 불한당 같은 놈들.”
“연극을 짜서 지방마다 순회 공연을 하며, 연설회를 가진다는데에.”
기표는 말꼬리를 길게 뺀다.
머리 속으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표시다.
“벌써 관․공․사립 중등 이상의 모든 학교에는 현역 장교들이 배속됐어요. 선생도 군복을 입고 일본도를 차고 가르친답니다.”
“말세다, 말세.”
학문은 문(文)의 영역인데 칼을 찬 군인들이 교단에 선다는 것이 이기채로서는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까 저 아래 민재란 놈이 학교에 갔다 오더니 몹시 울더랍니다.”
“왜?”
“어린 것이 놀다가 무심코 조선말을 쓴 모냥인데, 선생이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면서 민재보고 앞으로 나오라 하더래요. 교실 뒤에, 청소할 때 쓰는 수대(양동이) 두 개를 가지고 말이에요.” 
일제의 탄압과 부당한 정책들에 대해 이기채가 노여움을 참지 못하는 장면이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일’에 대해 부당함을 느끼고, 분개하는 것이다. 조국을 잃은 상황은 곧 자아의 정체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요인이다. 일제의 탄압과 부당한 처사에 화가 나지만 현실적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였기에 자아상실에 준하는 결과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명희, {혼불} 9권,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