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저 힘을 빌려서 왜놈들을 때려 부수어, 우리가 잃어버린 나라를 찾고, 우리가 잃어버린 범련사 범종과 부처님을 찾아서, 이 땅의 백성들이 부디 어질고 올바른 세상을 살게 되었으면.
강호는 저도 모르게 어느새 빌고 있었다.
아마 이 절의 주지스님도, 사천왕 불사에 시주를 한 신도들도, 옆에 서 있는 스님 도환도 모두 그렇게 빌었을 것이다. 그 비는 마음이 한 줌 한 줌 진흙을 바치어, 눈물로 반죽해서, 저토록 장엄하고 아름다운 사천왕이 우뚝 서시도록 하였을 것이다.
이 소식을 모르는 이 답답하여라.
강호는 마음이 차 오르며 북받쳐, 터질 것만 같았다.
 

강호가 역사의식에 비추어 일제에 침탈당한 조국의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일제의 부당한 강점에 분개하면서, 강호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최명희, {혼불} 9권, 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