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효원의 머리 속이 거꾸로 뒤집히면서 노랗게 비어, 그네는 그만 현기증이 일어나도록 노란 허공에서 무중력으로 아득히 떨어져 내리는 자신을 붙잡으려고 두 손을 내밀었다. 그네가 무망간에 움켜쥔 것은 허공보다 더 짙노란 절벽이었다. 깎아지른 절벽의 살은 칼 맞은 자리같이 험악하게 패어 나가 싯붉은 상흔을 드러내며 바람을 삼키고 있는데, 효원은 그 절벽을 손아귀로 붙움킨 것이다. 그리고 붙움킨 채로 주루루 거꾸로 미끄러졌다.
강호는, 어둠 속이었지만 효원이 노랗게 질리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휘청하며 고꾸라질 뻔한 것도.
허공의 절벽을 긁으며 쏟아지는 효원의 두 손을 왈칵 잡아 움켜쥔 것은 강호였다.
“아이쿠, 정신차리십시오.”
조금 전의 그 담찬 위력은 간 곳 없고, 찰나에 그토록 허물어지는 효원을 붙든 강호는
여인이란 이런 것인가.
놀랐다.
효원의 손은 쥐고 있던 땀이 식어 써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