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복이란놈이 뭐이 어쩌고 어째?”
이기채의 놋쇠 쪼개는 고함 소리가 벽력같이 터져 나왔다.
사랑채 누마루에 점심상 소반을 내려놓은 채, 들이지도 못하고 물리지도 못하면서 이만큼 토방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던 키녜가 소스라쳐, 뎅그만 두 눈을 휘둥그래 뜨고 훌떡 일어나 섰다.
아까 박달이가 황망히 튀어들어갈 때부터 사랑 큰방 방안의 동정을 살피면서 토방에서 서성거리던 안서방도 앞발굽으로 꼰지를 딛으며 소리 없이 놀란 기색을 누르고는, 귀를 곤두세웠다.
그러나 박달이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상전이 묻는 말씀에 누구 앞이라고 대답을 머뭇거릴 수는 없을 터인데, 바깥에까지는 안 들리는 것이 아마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작은 소리로 우물거리는 것 같았다.
박달이는 아까부터 혼겁(魂怯)을 하여 이미 얼이 반이나 빠져 나간 듯, 앞뒤 서로 토막토막 잘린 말을 뒤섞어 더듬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