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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의 법도

노(怒)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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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 그 치맛자락 좀 들어올려 봐라.”
기겁을 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발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라자, 새각시는 아무 생각 없이 두 손으로 다홍치마 양자락을 잡고 버선발이 드러나게 들어올렸다.
“너 그게 버선이냐 쌀자루냐.”
외씨같이 좁고 곱게, 흰 이처럼 드러나야 할 새각시 수줍은 버선발은 아닌게 아니라 펑퍼짐하고 야문 데 없이 헤벌어져 있었다. 그나마 수눅을 서로 왼쪽 오른쪽 뒤바꾸어 신고 있었으니.
“아이고, 나, 이런 일이 어떻게 있다냐. 너 그러고 어디 가서, 이 집 며느리요오, 입도 뻥긋 허지 마라. 대관절 너 어느 곳 어느 댁에서 살다가 시집온 애기씨냐아, 응? 내가 아무래도 큰 실수 했는가 보다. 성씨 보고, 가문 보고, 집안간에 오가는 말 나무랄 데가 없어서 흔연 성례(成禮)했더니만, 네가 분명 동촌(東村)서 온 아무개가 맞어어? 맞는 게여? (중략)남이 알까 망신스러워 큰소리도 못 낼 것이니 얼른 말해라. 길게 끌어 애통 터치지 말고.”
시어머니는 어기가 차서 말을 잇지 못할 지경이었다. 
버선 하나에도 법도를 중시여기는 매안 양반가의 엄한 법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며느리의 행실에 어기가 차서 말을 잇지 못하는 시어머니의 심정이 잘 기술되어 있다. 
최명희, {혼불} 6권, 2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