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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맺힌 심정 표출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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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방의 아낙은, 올망졸망 연년생으로 예닐곱이나 되는 새끼들을 새 쫓듯이 저쪽으로 몰아내며 턱에 찬 한숨을 길게 뿜어 냈다. (중략)그런 어미 속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깨알만한 등잔불 밑에서 무엇을 가지고 타드락거리는지 시비가 오가더니, 급기야 위엣놈이 아랫놈 대가리를 딱, 소리가 나게 쥐어박는다. 왕땀띠 곪은 자리를 정통으로 맞은 아랫놈은
“으아아아.”
모가지를 발딱 뒤로 제낀 채,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어미 역성을 바라느라고 더 숨이 깔딱 넘어가게 울었다. 그 총중에 가운뎃놈은 엉거주춤 선 채로 절절절절 방바닥에 오줌을 누는데, 황급히 방구석지 걸레를 집어 드는 어미한테, 아직 기어다니는 어린 것이 칭얼칭얼 기운 없이 보채며 품으로 기어들었다. 배도 고프고 잠도 오는 것이리라. 한 손에 걸레 들고 한 손으로 아이를 안아 무릎에 앉히는 어미의 등에 또 한 놈이 찰싹 들어붙는다. 업어 달라는 말이었다. 뜨끈한 기운이 목을 감고 늘어지며 등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흔들어 떨구고는
“아이고, 이노무 새깽이들아. 차라리 에미를 뜯어먹어라. 뜯어먹어. 느그들이 자식이냐, 웬수냐아.” 
일곱이 넘는 자식들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부서방네의 한 맺힌 심정을 그린 부분이다. 사무치게 힘든 삶의 고통 속에서 ‘차라리 에미를 뜯어먹어라.’라면서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는 부분을 통해 분에 사무친 인물의 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최명희, {혼불} 5권, 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