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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침탈에 대한 분노

노(怒)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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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지엄한 것이었다.
“천하 망헐 놈들. 이제는 허다 허다 안되니 설을 다 바꿔 쇠라고 허네 그려. 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이 나라마다 다르고, 그 조상 모시고 섬기는 제사․차례가 다 우리대로 날짜가 있는데, 뭐? 음력은 미개한 것이니 버리고, 양력으로 설을 쇠라고? 미개하기는 누가 미개하다는 겐가. 제 놈들이야말로 손바닥만한 훈도시 하나 차고 백주대로에 너벌거리고 다니는 미개한 종자들이면서. 어쩌다 우리 국운이 이토록 비색하여 그 같은 왜놈들한테 나라를 빼앗겼는고. 그놈들이 강토를 빼앗더니, 농사 지은 식량도 다 빼앗고, 학병으로 조선의 자식도 다 빼앗고, 정신대 보낸다고 처녀도 다 빼앗고, 인제는 설까지 일본설을 쇠라 하니. 정신의 골수를 뽑겠다는 수작 아닌가.”
면에서 나온 서기가, 올부터는 국민 모두가 양력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전하더라는 말을 이기채에게 들은 이징의는, 노안에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꾸짖듯 말했었다.
 
이기채가 일제의 무자비한 침탈에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지르는 부분이다. 부당한 강점에 분개하고 있으나 실적으로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분을 삭일 뿐이다. 조국을 잃은 상황은 곧 자아의 정체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요인이다. 일제의 탄압과 부당한 처사에 화가 나지만 현실적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였기에 자아상실에 준하는 결과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명희, {혼불} 5권, 1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