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지엄한 것이었다.
“천하 망헐 놈들. 이제는 허다 허다 안되니 설을 다 바꿔 쇠라고 허네 그려. 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이 나라마다 다르고, 그 조상 모시고 섬기는 제사․차례가 다 우리대로 날짜가 있는데, 뭐? 음력은 미개한 것이니 버리고, 양력으로 설을 쇠라고? 미개하기는 누가 미개하다는 겐가. 제 놈들이야말로 손바닥만한 훈도시 하나 차고 백주대로에 너벌거리고 다니는 미개한 종자들이면서. 어쩌다 우리 국운이 이토록 비색하여 그 같은 왜놈들한테 나라를 빼앗겼는고. 그놈들이 강토를 빼앗더니, 농사 지은 식량도 다 빼앗고, 학병으로 조선의 자식도 다 빼앗고, 정신대 보낸다고 처녀도 다 빼앗고, 인제는 설까지 일본설을 쇠라 하니. 정신의 골수를 뽑겠다는 수작 아닌가.”
면에서 나온 서기가, 올부터는 국민 모두가 양력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전하더라는 말을 이기채에게 들은 이징의는, 노안에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꾸짖듯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