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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풀이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

노(怒)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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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우십니까?”
강태가 찌르듯 물었다.
“부럽지 않구요, 그럼?”
그날 밤에 강태는 강모에게 말했다.
“보아라, 저 무지 몽매의 비극을. 저만치나 깨이고 처신할 줄 안다는 자가, 어느 참혹한 처지의 농민한테서 부당하게도 사탕 두 개 값으로 마구 사들인 땅을, 굴리고 불려 소위 부자가 된 착취자의 집구석에 대리석 계단을 닦으라고 제 아들을 보내면서도, 굴욕감 대신에 긍지를 느끼며 선망하다니.”
그의 음성이 어금니 사이에서 파랗게 갈렸다.
바깥에서는 바람에 기왓장 뒤집어지는 소리가 떨그덕 따그락 들리더니, 짜그르륵, 어느 벽 귀퉁이에 가 부딪쳐 깨지는지 요란스러운 파열음이 났다. 
매안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만주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현실의 참혹함에 강태는 분을 참지 못한다. 화가 누그러지거나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화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최명희, {혼불} 5권, 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