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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에 대한 서러움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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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꼽고 더러워서 내 참. 도대체 양반이란 거이 머여? 내 손꾸락 내 발부닥 갖꼬 내 땀으로 논밭 농사 다 지었는디, 내 앞에는 빈 쭉쟁이만 수북허고, 양반은 가만히 앉어서 그 전답 곡식을 혼자 다 먹어, 왜?”
“야가 시방 왜 이런다냐? 그거야 원래 자개들 꺼이제 니 껏을 돌라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집에 일허로 가는 것은 우리가 우리 목구녁에 풀칠이라도 헐라고, 우리 발로 우리가 가는 거이제, 누가 그쪽으로 끄뎅이 끄집고 잡어간 것도 아니잖냐. 그렁게 다 양반 좋다고 허고, 상놈 설웁다고 허는 거이제, 머. 그걸 인자 알었냐? 새삼시럽게.”
공배는 핀잔을 주었다.
“양반이 머 지가 공덕이 있어서 된 거이간디요? 부모 잘 만나고 조상 잘 둔 덕에 거저 양반이 된 거이제. 이런 놈의 신세는 부모가 있이까, 조상이 있이까, 아무껏도 받은 것 없지마는, 부모․조상 싹 씰어서 빼불고, 우리 당대끼리만 저랑 나랑 한판 붙으면 못해 볼 거 머 있어? 그께잇 거.”  
공배와 거멍굴 사람들이 양반이 되지 못함의 설움에 대해 분을 토하는 부분이다. 반상의 차별, 천생의 설움 등에 대한 화의 원인이 해소될 개연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따라서 화는 삭이거나 우회적으로 풀지 않는 한 사라질 기미가 없다. 
최명희, {혼불} 4권, 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