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꼽고 더러워서 내 참. 도대체 양반이란 거이 머여? 내 손꾸락 내 발부닥 갖꼬 내 땀으로 논밭 농사 다 지었는디, 내 앞에는 빈 쭉쟁이만 수북허고, 양반은 가만히 앉어서 그 전답 곡식을 혼자 다 먹어, 왜?”
“야가 시방 왜 이런다냐? 그거야 원래 자개들 꺼이제 니 껏을 돌라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집에 일허로 가는 것은 우리가 우리 목구녁에 풀칠이라도 헐라고, 우리 발로 우리가 가는 거이제, 누가 그쪽으로 끄뎅이 끄집고 잡어간 것도 아니잖냐. 그렁게 다 양반 좋다고 허고, 상놈 설웁다고 허는 거이제, 머. 그걸 인자 알었냐? 새삼시럽게.”
공배는 핀잔을 주었다.
“양반이 머 지가 공덕이 있어서 된 거이간디요? 부모 잘 만나고 조상 잘 둔 덕에 거저 양반이 된 거이제. 이런 놈의 신세는 부모가 있이까, 조상이 있이까, 아무껏도 받은 것 없지마는, 부모․조상 싹 씰어서 빼불고, 우리 당대끼리만 저랑 나랑 한판 붙으면 못해 볼 거 머 있어? 그께잇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