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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작인들의 분노

노(怒)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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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게 순 날강도지, 날강도. 뻬 빠지게 농사 지어 갖꼬 딱 절반을 뺏깅게 두 눈꾸녁 번언히 뜨고 날강도를 당허는 거이여.”
“절반? 전부 다제, 그거이 어찌 절반이여? 껍데기만 냉기고 다 갖다 바치는디.”
그것도, 수리 조합이 있는 구역 내에서는 물세를 포함하여 소작료 육 할을 거두어 갔다. 열 가마 거두면 다섯 가마나 여섯 가마를 소작료로 내야 하니, 동척의 농사 지도원이
“검견(檢見).”
하겠다고 구두(口頭)로 통지를 해 오면, 사람들은 머리 속이 아찔하게 휘돌리며 다리에 힘이 수르르 빠지는 것이었다.
소작료를 매기려고, 논에 서서 눈을 가무스름하게 뜬 채로 휘이휘이 사방을 둘러보는 유사의 얼굴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작인의 허옇게 메마른 입술은 애가 타다 못해 다닥다닥 딱지가 앉아 있곤 하였다. 
부당한 소작료에 대해 작인들이 분노하는 부분이다. 한해 동안 뼈빠지게 농사를 짓고도 거둘 것이 별로 없는 소작인들과 지주 사이의 관계는 구조적 모순이라 개개인의 노력이나 인정에 의해 개선될 문제가 아니어서 단절의 골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최명희, {혼불} 3권, 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