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복이는 아예 귀를 봉창한 듯 꿈쩍도 하지 않고, 옹구네는 더욱더 약이 올라 말끝이 착착 감기게 찰져진다.
그네는 화가 난다고 말소리가 높아지거나 빨라지지 않는다.
그럴수록 조근조근 누비듯이 말하는 것이다.
“흐응, 내가 그 속 모르는 중 아능갑서. 어디 귀 빠진 눈먼 년, 중인 집구석으서라도 데릴사우로 데레가기 바래는 거이제? 앉은뱅이 꼽사라도 좋응게. 그리 장개가서 벵신 뒷바래지험서 저도 벵신 노릇 따라 허고라도, 상놈 소리 안 듣고 싶은 거이제?”
“핫따, 거 시끄럽소.”
드디어 더 참지 못하고 홱 돌아누워 버리는 춘복이 서슬에 흠칫 밀려나며 그네는 모질게 해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