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무슨 심산으로 그렇게 양식을 퍼냈느냐? 그렇게도 대중을 못하겠더냐? 그릇 수 따라서 알맞추어 양식 대중하기가 그렇게 어려워?”
율촌댁 음성에 모가 섰다.
효원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앉아 아무 대꾸가 없었다.
“그래서야 어디 대궐 살림이라고 견디어 낼 재간이 있겠느냐? 허허어. 네가 시에미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구나. 한 끼니 놉밥이 세 끼니 모가치가 넘는 것이 어디서 배운 요량이란 말이냐? 그렇게 네가 표시내지 않어도 천석꾼 만석꾼 대갓집 따님인 것은 내 알지만, 가난헌 집으로 출가해 왔으면 이 집 가풍대로 다소곳이 따러야지, 참으로 괴이하고 알 수 없는 일이로다. 인심을 얻을 데가 따로 있지 놉들한테 인심 얻어 무슨 일을 꾀하겠다는 것이냐? 누구는 칭송을 들을 줄 몰라서 쌀 한 톨을 애끼는 줄 알았더냐? 괘씸한 것 같으니라고.”
효원이 고개를 수그린 채 가만 있자 율촌댁은 할 말을 한꺼번에 다하겠다는 듯이 다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