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녀언.”
벽력 같은 고함 소리가 쩌엉, 울리며 공기의 폭을 갈랐다. 뒤꼭지를 할퀸 사람처럼 자지러지며 돌아선 민촌 아낙은, 가마 문을 열고 나와 우뚝 서 있는 청상(靑孀)을 보았다.
얼른 보아도 이십 미만의 여인이 분명한데 어디서 그런 서릿발이 돋는 것일까. 마흔이 훨씬 넘었을 아낙은 주춤, 그 자리에 서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제서야 객줏집 평상과 마루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두렵게 웅숭웅숭 일어나 길목으로 나왔다.
햇발 아래 청상의 소복은 날이 선 푸른 빛을 눈부시게 뿜어냈다.
“저년을 잡아 오너라.”
부인은 말끝을 칼날같이 잘랐다. 아직 부인이라기에는 애띠고 어린 여인의 분부라지만, 감히 누구도 말을 붙일 수가 없는 위엄이 전신에 어렸다. 그래서 교군꾼 두 사람이 가까이 그 아낙의 곁으로 걸어가기도 전에, 아낙은 저절로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