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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씨개명에 대한 분노

노(怒)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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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創氏)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대관절 무얼 어떻게 한다는 게야?”
청암부인의 목소리는 노여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방안에 앉은 기채와 기표는 책상다리를 한 발바닥을 쓸고만 있다.
이기채는 흰 버선발이고, 기표는 엷은 회색 양말을 신었다. 기표는 그 차림까지도 양복이다. 하기야 문중에서 맨 먼저 상투를 자른 사람이 기표였고 보면, 그의 저고리가 단추가 여섯 개씩이나 달린 양복으로 바뀌고, 신발이 숭숭 뚫린 구멍에 검정 끈을 이리저리 꿰어 잡아당겨서 묶어 매는 구두로 바뀐 것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창씨개명을 두고 청암부인은 자신의 종가와 가문에 대한 모욕과 수치심에 크게 노하는 장면으로, 일제의 침탈과 횡포에 싹트기 시작한 갈등과 문제들이 드러난다. 국권을 잃은 나라의 백성으로서 오는 자아상실감도 드러나고 있다. 
최명희, {혼불} 1권, 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