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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행을 서두르는 청암부인과 맞서는 강모

노(怒)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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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달이면 네가 혼행을 한 지 만 일 년이 된다. 일 년을 채웠으니, 신부가 신행을 와야 하지 않겠느냐?”
청암부인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강모 쪽으로 몸을 기울여 말한다. 강모는 얼른 율촌댁을 바라본다. 율촌댁이, 어른의 말씀인데 어찌하겠느냐는 낯빛으로 강모를 안쓰럽게 본다. 이기채는 발을 개고 앉은 채 상체를 좌우로 흔들고만 있다.
“너도 이제 나이 열여섯, 결코 어린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한 여자의 주인이 아니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게야. 물론 네가 아직 학생이니, 거기 따른 학업도 중요하다만, 네가 대실에 가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 인륜지대사이니라. 급한 위장 전보를 친 것도, 따지고 보면 일이 그만큼 중대한 것이기 때문 아니겠느냐? 날짜는 미리 잡아 두었다. 아주 길일을 잡았으니, 그리 알아라.”
“할머니.”
“네 심중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심중대로 하는 게 아니야.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그것이 도리인즉.” 
청암부인과 종가 어른들은 절차와 도리에 따라 강모의 ‘신행’ 날짜를 잡아 강모에게 최후의 통첩을 한다. 신행을 미루는 강모를 향해 어른들은 노여워하고, 상대적으로 강모는 분통을 터뜨린다. 결국 강모가 뜻을 바꾸어 신행을 가게 된다. 어른들의 뜻에 따라 신행을 가기는 하나, 화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이고 결국 관계는 단절된다.  
최명희, {혼불} 1권, 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