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달이면 네가 혼행을 한 지 만 일 년이 된다. 일 년을 채웠으니, 신부가 신행을 와야 하지 않겠느냐?”
청암부인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강모 쪽으로 몸을 기울여 말한다. 강모는 얼른 율촌댁을 바라본다. 율촌댁이, 어른의 말씀인데 어찌하겠느냐는 낯빛으로 강모를 안쓰럽게 본다. 이기채는 발을 개고 앉은 채 상체를 좌우로 흔들고만 있다.
“너도 이제 나이 열여섯, 결코 어린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한 여자의 주인이 아니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게야. 물론 네가 아직 학생이니, 거기 따른 학업도 중요하다만, 네가 대실에 가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 인륜지대사이니라. 급한 위장 전보를 친 것도, 따지고 보면 일이 그만큼 중대한 것이기 때문 아니겠느냐? 날짜는 미리 잡아 두었다. 아주 길일을 잡았으니, 그리 알아라.”
“할머니.”
“네 심중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심중대로 하는 게 아니야.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그것이 도리인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