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지, 이번 일은 할머님 말씀대로 해라. 아, 그러고 할머님이나 네 아버님이나 모두 손자도 기달리시는데, 네가 그 소원을 풀어 드려야지, 안 그러냐?”
강모는 기응이 농담 삼아 덧붙인 끝의 말에, 속에서 불끈한 것이 치밀어 오른다. 그것이 결코 단순히 농담만은 아니라는 것도 강모의 심사를 북돋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살갗을 거꾸로 거스르며 돋아나는 수치심이 소름처럼 끼치는 것은 웬일인지 모를 일이었다.
(아들? 내가……아들을?)
강모는 가슴이 손바닥만하게 좁아진다.
그리고 그것은 이빨을 물듯이 오그라들어 주먹이 되어 버린다.
“그만 가볼랍니다.”
그 주먹이 목구멍을 치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모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