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지방에 명심이라고 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인물도 좋고 또 활력이 좋아서 장사를 해 가지구 돈을 많이 벌어요. 근데 안즉은(아직은) 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방에서 여자들이 보니까 사람도 똑똑하고 장사를 해서 돈두 많이 벌구 이래니 저 사람을 장가를 좀 들이면 좋겠다고 의논을 해 가지구 장가를 떡 들었어요. 들어서 떡 보니 아주 미인이랍니다.
그래서 그 명심이란 사람이 세상에 댕겨 보니까 자기 부인만치 아리땁고 이쁜 여자가 없다 이 말이예요. 그래서 혹은 자기가 어디 장사 나간 뒤에 혼자 있으니까 어떻게 잘못 될까봐 장사를 못하고 그냥 집에 있는 거래요. 이래다 보니까 장사해서 번 돈을 다 없애고 아주 거지가 됐어요. 그러니 부인이 나서서 방아품삯도 팔고 부자집에 가서 빨래두 좀 해주구 이래서 근근 생활을 해 나가는데 동네 사람이 보니 안타까우니 아마, 그 명심이가 옛날엔 그렇게 장사도 잘하고 이래더니 이 사람이 장사도 안하고 있는 걸 보니 안사람을 못 믿어서 그런 것 같다구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보니까 그 부인이 들었어요. 부인이 들으니 화가 났단 말예요. 근데 그 당시에 어린애가 하나 있었는데 한 두어살 되었는지 빨빨 기어다니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 부인이 명심이한테 밤에 따진단 이거야.
“여보 당신, 그전엔 당신이 장사를 잘해서 우리가 살기 좋더니 당신이 장사를 안해서 이래니 얘기를 들어 보니까 당신이 나를 못 믿어 가지고 장사를 안 간다니 이럴 수가 있소.”
이 말이야. 그러니까 암말도 안할 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눔의 어린애 뻘뻘 기어 다니는 걸 기둥에다 꽉꽉 받아서 죽여 버린단 말예요.
“내 속이 이렇소. 당신 마음 놓고 어디 가서 장사하여 우리가 남과 같이 살아야 안되겠소.”
그 명심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세상에 인물두 좋구 잘 생기구 마음두 그만치 굳건한 굳은 여자는 못 봤단 말이예요. 그래서,
“아, 그러면 그러마.”
그래 가지구 장사를 나가서 이 삼년 많이 벌어 가지구 온다. 오다 보니까 동네 사람을 떡 만났어요.
“아, 자네 명심이 아닌가?”
“아, 동네 다 무고 하십니까?”
“다 무고하지.”
“우리집 안사람 잘 있읍디까?”
“아, 요즘엔 자네 안사람 안뵈키던데.”
그런가보다 하고 집을 가 보니 부인이 없어요. 어딜 가 버리구…, 그래 어느 날 올까 하고 한 서너 너덧 달 있어도 안오니, 그래니 생각해 보니까 고만에 화가 났단 말이예요. 그래 돈 좀 번 것 이웃사람 신세진 사람을 좀 주고 또 자기 여비 돈만 가지고 나서서 거침없이 가지요. 거기 있을래니 망신이니까.
그래서 갔는데, 하루 이렇게 가다 보니까 옛날엔 길동무를 만났어요. 지금엔 자동차를 타고 다니니까 길동무가 없읍니다만, 옛날에 걸어 다닐 땐 길동무가 있었습니다. 길동무를 가다가 떡 만났는데 이 사람을 보니 아무래도 도둑놈이야. 생김 생김이가…, 하, 어떻게 도둑놈이 나하고 길동무가 되는가, 그래 날이 저무니 한 주막에서 자게 되었어요. 자게 되니 옛날엔 그저 봉놋방이라고 방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떡 한 방에서 자는데 아무래도 의심 먹지요. 그래 저녁에 자고 그 이튿날 아침에 밥을 먹고 또 떠나니까 같은 길을 가니까 또 동행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 이 삼십리 되는 길을 떡 가는데 그 도둑놈같은 사람이 깜짝 놀랜단 말예요. 명심이가 생각해두 왜 놀래는가 하니,
“아이구, 이거 큰일났다.”구.
“뭐이 큰일 냤느냐.”구.
“우리가 엊저녁에 자던 집에서 무단코 남의 물건을 가져 왔다.”구.
그러는 기야.
“그래 뭔 물건을 가져 와서 그러시오.”
그러니까, 옛날에 짚세기를 신으면 지푸라기가 묻어 온 걸 그걸 가지고 그래니, 명심이가,
“아이 여보, 그까짓 지푸라기 하나 가지구 뭐이 그래우, 그래니 갑시다.”
“아이, 안된다구, 내가 남의 물건을 갖다가 무단히 가져 왔으니 그걸 도루 갖다 주어야지 죄를 안 짖지. 이걸 가지구 가면 내가 죄를 지어서 안된다.” 구.
그래서 그 사람이 그걸 들구 오던 자리로 도루 뛰니 명심이는 거기서 헐 수 없이 기다리게 됐어요.
그래 언제 오는가 하니 몇 시간 이후에 이 사람이 거기에 떡 도착했어요. 그래 명심이가,
“아, 여보 당신 지푸라기 하나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하우.” 하니,
“아이 이 양반, 말을 마우. 남이 죄를 사할라구 그러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 구.
그래 명심이가 생각을 해 보니까 이 사람이 도둑놈은 도둑놈 같은데 속이 이렇게 청백리 한 건 첨 봤단 말이야. 댕기면서…, 그래 이제 헐 수 없이 며칠 갔다. 가다 보니 이 사람이 인제 방향 없이 가니까,
“우리가 그러지 말구 당신이 방향 없이 가면 내가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나와 어디 가서 장사를 한 번 해 봅시다.” 하니까,
“에이, 나는 당산하고 장사를 안해요.”
“왜요?”
“나는 돈이 없구 당신은 돈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 돈 가지구 그러면 괜히 내가 당신한테 신세지구 이건 되지두 않는단.”
이 말요.
그래니 명심이가 아주 간절하게 원했어요. 빌었단 말이예요.
“우리 같이 한 번 해 봅시다.”
그래 가지구 마음이 맞아서 장사를 어느 지방에 가서 한 삼 사년 했는데 돈을 아주 둘이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많이 벌었더라 이거요. 많이 벌었는데 생각을 해 보니까 명심이가,
“이제 이 지방을 좀 떠나야 되겠으니 우리 이 지방을 떠나자.”
“아, 좋다.” 구.
“근데 이 지방을 떠나는데 한 가지 일이 있다.” 이거야.
“뭐냐.” 구.
“분명히 남의 신세를 진 사람도 있구 이런데 우리 아는 사람이 많으니 주석을 장만해 가지구 우리 한 판 대접하고 가자.”
“아, 거 좋다.” 구.
그래서 술을 빚어 가지구 거 아는 사람이든가 아는 친구들을 전부 불러가지구 모아서,
“우리가 여기 와서 여러분들한테 신세를 많이 지구 이제 떠나는데 여기 술이라두 한 잔 내 노늘까 하고 여러분들을 불었다.” 구.
“아, 그러냐구, 감사하다.” 구.
그래 술을 먹는데 손님한테다 명심이가 한 잔 따라 주니 또 그 손님이 또 한 잔 명심이를 따라 주더라 이기야. 그래 이 손님 대접하고 저 손님 대접하다 보니까 열 사람 권하면 열 잔을 먹게 되더라 이거야. 그러니 결국에 명심이는 술이 췠어요. 그만 곤드레 떨어져서 고만 잤어요. 그래 그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그 도둑놈 같은 사람이 안 자더란 말이오. 없더란 말이오. 그래 이 사람이 어딜 갔는가 해서 어디 있겠지 하고…. 그래 돈을 옛날엔 지금 돈과 달라서 엽전 돈이라서 무거운데다 구석에다 쌓아 놨는데 그 돈도 없더라 이거야. 그래 이 사람이 돈을 어디다 치워 놨나, 이래 가지구 기다리다가 기다리니 이놈이 안와요. 그래서 야, 이럴 수가 있느냐.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말여. 우리집 안사람은 자기 뱃속에서 난 자기 어린애를 기둥에다 부딪혀 죽이며 맹세해, 아니 이 사람은 십리나 이 십리나 되는 데에 지푸라기를 갖다 주면서 맹세하는 사람이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말이야. 그래 헐 수 없어서 혈혈단신 나서서 가만 생각하니 이 사회에서는 그만에 마음이 안 간단 말이오. 그래서 이걸 비관하게 되니까, 그걸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고 생각해 보니까, 산골에 들어가면 절이 있는데 절에 가서 중 노릇하면 제일 나을 것 같아요.
그래서 l 양반이, 명심이가 이제 산중으로 떡 들어 간다. 들어가는데 봄철이 떡 됐는데, 산에서 참 스님이 떡 내려오는데 자기가 양지쪽에 있다 보니까 거기 앉아서 기다린다. 스님이 오면 내가 부탁을 해 가지구 같이 가자고 해야지, 잘 됐다 해서 있더라니까 거길 도착하더란 말이예요. 하는데 스님이 바쁘게 걸어가는데 갈팡질팡하고 이리 뛰고서 저리 뛰고 거길 도착하더란 말이예요. 그래 명심이가,
“대사님, 어딜 그리 가십니까?” 하니까,
“요 아래 볼일이 좀 있다.”
“그럼 대사님 볼일이 바쁘신 것 같은데, 그럼 빨리 가지 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십니까?”
“아, 그건 모르시는 말씀이오. 시방 봄철을 만나 가지구 각 동물들이 나와서 다문 며칠이라도 살겠다구 돌아가는데 내가 마음 놓고 뛰다 보면 거, 내 발길에 밟혀 죽는 게 수만 마리가 되는데 그 죄를 져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아주 그것이 자기에게 퍽 적당하게 생각했어요. 그래 스님한테,
“그런 기(게) 아니라 내가 세상이 싫어서 산골 참 절로 이 마음을 닦으러 가는 길인데 스님 날 좀 어떻게 인도를 좀 해주쇼.”
“아, 그러냐구, 그러면 내가 요 아래 사가(私家)에 좀 갔다 올 테니까 여기 앉아서 계시면 내가 같이 가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래 양지쪽에 심심하니까 두르누웠다가 앉았다가 이래는데 그때 마침 그 앞 남산에 까치가 집을 지놓고 새끼를 쳤더란 말예요. 그래서 이래 보니까 까치가 벌거지를 물어다 새끼를 멕이는데 우짼 놈의 수리가, 독수리가 떡 거기 와 앉으니까 까치가 깍깍 깍깍하면서,
“너 남의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여기와 앉았느냐.”
하면서, 야단치고 이러니까, 독수리가 하는 말이,
“야, 너희들 모르는 소리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썩은 나뭇가지를 하나 떡 꺾더니 입에다 물고,
“내가 이걸로 증명을 할 테니까, 너 그러지 말고 빨리 새끼들 뭐 먹을 걸 물어다 멕여라.”
그래 고맙다고 그래고 까치들 둘이 갔단 말이야. 간 뒤에 이놈의 독수리가 그 나뭇가지를 놓구 새끼를 낼름 다 주워 먹었단 말이야. 다 주워 먹고는 이놈의 나뭇대기를 또 물구 앉어선 눔을 껌적껌적 하고 앉았거든. 그래서 인제 까치들이 와서 새끼들이 없으니까,
“너 이놈의 새끼, 우리 새끼 다 잡아먹었다.” 고,
이래니까 그제서 이제 나무때기 썩은 가지를 놓고,
“야, 말마라. 내가 여기 있노라니까, 구렁이가 올라 와서 너 새끼를 다 잡아 먹는데 난 내가 싸우다 보면 입에 있는 썩은 가지를 다 떨군다. 그러면 너희들이 생각할 적에 날더라 잡아먹었다고 할기(게) 아니냐? 그래서 헐 수 없이 내 이것만 물구 앉았다 이 말이야.”
허- 명심이가 그걸 보니깐 기가 맥히거던요. 세상 만물이 거즛말(거짓말) 잘한다 이기예요. 그래서 생각한 김에 절에 들어가 중 노릇밖에는 할 기 없다는 것을 결심해 가지고 있는데 마침 중이 왔어요. 와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래 중이 와 가지구 같이 절에 들어갔습니다. 절에 들어가 가지구 한 오륙년 거기서 참 도를 닦구 있는 판인데, 하루는 보니까 거기 먼저 있던 중들이 말이요. 그 골짜구니가 있는데 한 사람이 갔다 오면 또 한 사람이 가고, 거 뭐 이상하단 말이오. 자기한테 알구지도(알리지도) 않고…. 그래 몰래 한 번 뒤를 밟아 봤거던 명심이가. 가니 절에서 돼지를 하나 멕였는데 이 눔이 컸어요. 이눔을 절에서 안 잡아 먹고 저 산골에가 잡아 놓고 자기네 끼리 댕기며 먹는다 이기야. 그래 명심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야, 이럴 수가 있느냐 말이야. 벌거지 하나 죽일까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사람이 그 중들이 다 큰 돼지를 잡아먹다니 이기 말이 안된다 말이야.”
그래니까 여기두 있을 데가 아니다. 그래서 명심이는 그 길로 산중으로 들어가서 나 혼자 도를 닦든가 어째든 산중으로 들어가서 이내 불객이 됐어요. 어디로 갔는지 영영 불귀인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