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약산 군수의 아들과 서산대사 휴정

노(怒)
긍정적 감성
구비전승

   내용보기

아이가 산에 오른 이후로 날마다 스님들과 더불어 장난을 하면서 동서로 날뛰고 스님을 모욕하여 욕지거리도 하고 때리기도 하며 하지 못할 짓이 없었다. 스님은 보지 않은 척하면서 그가 하는 대로 맡겨두고 일주일이 지난 이후에 이른 아침에 대사는 그 승복을 가다듬어 입고 방장실에 나아가 앉아 크게 제자들을 모아놓고 각기 경안을 마주하게 하니 그 예의가 엄숙하였다. 이에 한 사미를 불러 그 아이를 데려오도록 하였는데 그 아이가 울며불며 욕지거리를 하면서 말하였다.
“너희같이 까까머리 중놈이 어찌 감히 사대부를 모욕할 수 있는가. 나는 마땅히 돌아가 아버님에게 말씀드려 너희 놈들을 때려 육장을 칠 것이다.” 그렇게 욕하였다. “천번만번 죽일 놈 까까머리 중놈 같으니.” 이렇게 운운하며 죽어도 오지 않자 대사는 책상을 치며 크게 꾸짖어 많은 스님들에게 포박하여 데려오게 하였다. 많은 스님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어린아이는 꼼짝 못하고 스님 앞에 포박지어 끌려나왔다. 스님은 약조한 기록을 내보이면서 말하였다. “네놈의 아버님이 이 글을 써서 나에게 주었으니 이후로부터는 너의 생사는 나의 손에 달려있다. 너는 사대부의 자제로서 까막눈이며 오로지 이처럼 사나운 일만을 일삼으니 이러한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장차 너희 집안을 망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나의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마침내 바늘 끝을 불에 달구어 붉게 달구어졌을 때 그의 허벅다리를 찌르니 그 아이가 까무라쳐 한참 후에 깨어나자 또 찌르려하니 이에 애걸하며 말하였다. “오직 대사의 말씀을 따르겠으니 다시는 찌르지 마십시오. 대사는 바늘을 잡고서 그를 꾸짖고 회유하여 한참만에 놓아주었다. 그를 앞으로 다가오게 하여 천자문을 먼저 가르치면서 날마다 과정을 세워 잠시도 쉬지 않게 하였다. 그 아이 나이가 점점 장성하면서 지혜와 생각이 또한 열리어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았다. 겨우 일년이 지났을 때 통사를 두루 읽었으며 스님은 그 곁에서 항상 경책하여 밤에는 날이 새도록 하였다. 삼년이 지난 후에는 거의 책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는 항상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하여 말하였다. ”내가 산승의 중놈들에게 모욕을 받은 것은 모두 배우지 못한 소치이다. 마땅히 글을 부지런히 읽어 청운의 꿈을 이뤄 이 중놈들을 쳐죽여 입에 가득한 악한 기운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한 생각을 부지런히 하여 게으름이 없이 독실하였다. 대사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에게 과거의 문장을 배우도록 하여 또한 남들과 재주를 겨룰 만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를 이끌고 돌아와 말하였다. “자식의 문예가 우수하여 시단에서 겨뤄볼만하고 예의와 비길만 하여이다. 소승은 약속대로 다했으니 이만 돌아가겠소이다.” 군수가 말하였다. “어리석은 아이를 훌륭하게 만들어 많은 은혜를 입었고 가르쳐 주셨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리요.” 비로소 권속을 거느리고 서울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차제에 태학을 출입하였고 공부에 전념하였다. 어러 해만에 드디어 과거에 급제하였고 몇 년이 지나자 약산부로 부임하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오늘 이후로 묘향산 절에 있는 중놈들을 죽여 지난날의 비분을 설욕하겠다.” 그리고 그가 임지에 임하여 장차 묘향산에 있는 절로 놀러 갈 적에 관리들에게 따로 몽둥이를 가지고 따르도록 하였다. 이는 절에 이르러 중들을 죽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 일행이 행차하여 동구에 이르렀을 때 대사가 스님들을 거느리고 길 왼편에서 맞이하자 가마에서 내려와 손을 잡고 경의를 다하였다. 대사는 만면에 웃음을 짓고서 말하였다. “소승이 늙도록 죽지 않고 오늘 부사가 찾아오심을 보게 되니 그 기쁨을 어찌 비할 바가 있으리요.” 앞장서서 절로 인도하면서 말하였다. “소승의 거실은 곧 사또가 지난날 고생스럽게 공부하던 곳이다. 오늘밤에 침소를 이방으로 옮기어 특별히 소승과 함께 같이 자도록 해주세요. 옛날에 맺은 인연이 계속해서 매우 좋을 듯합니다. 감히 죽음을 무릅쓰고 간청하나이다.” 부사는 이를 허락하였다.
밤이 깊은 이후에 스님이 몰래 말하였다. “사또! 공부할 시절에 소승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마음이 있었지요.” “그렇습지요.” “과거에 급제하여 사또가 되어서도 죽일 마음이 매우 간절했지요.” “그렇소이다.” “깃발을 날리며 올 때만해도 죽이려고 마음에 맹세하여 형장을 다 구비하고 준비했습지요.” “그렇소이다.” ‘만일 그렇다면 어째서 죽이지 않았소이까. 그리고 가마에서 내리자마자 손목을 잡고 극진히 정성을 다했습니까.“ ”어제의 분함이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스님을 만나자마자 깨끗이 사라져 이 마음 얼음 녹듯하고 그름 흩어지듯 하여 나도 모르게 오로지 기뻐할 뿐입니다.“ ”소승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옛일의 모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슴 속 깊이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한밤중이 되었다. 스님은 하나의 종이쪽을 내보이면서 말하였다. “이는 소승이 사또의 사주를 봐서 나이별로 적어 놓은 것이니 칠십 이상을 살 것이요 벼슬은 대관에 이를 것이니 참으로 경하할 만한 일이로소이다. 모년에 평양의 안찰사가 되었을 때 소승이 마땅히 한 사미를 보내어 안부를 살필 것이니 바라건데 정성으로 대접하여 나를 보는 것과 같이 생각하십시오. 또 밤에는 반드시 함께 자도록 해 두십시오. 이 일은 사또하고 큰일과 관계되는 것이니 절대로 잊지 말도록 하십시오.” 반드시 이와 같이 간절하게 부탁하니 사또가 말하였다. “그러겠습니다.”
그 이튿날 돈과 비단을 상으로 후히 주어 지난날 가르쳐주었던 것에 대하여 보답하고 작별하고 산문을 나가자 스님은 헤어지면서 말하였다. “이 늙은 사람은 다시 만날 길이 없을 것이리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오직 원컨대 천만번 몸조심하여 평양 관아의 일을 반드시 명심하도록 하시오.” 거듭 부탁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후 과연 관서의 방백이 되었는데 관아의 직책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느 날 문지기가 말하였다. “묘향산 스님이 찾아뵈라고 했습죠.” 관찰사는 문득 깨달은 바 있어 그를 들어오도록 명하고 그를 당에 오르게 하여 소맷자락을 잡고 바싹 다가앉아 대사의 안부를 물었다. 방이 되어 애오라지 함께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밤이 깊은 이후에 방의 구들이 너무나 뜨거워서 잠자리를 바꾸어서 누었는데 감자는 중에 문득 비릿한 냄새가 나자 손으로 그 스님이 누었던 곳을 더듬어 보니 이에 어린아이를 불러 불을 밝혀보니 승려의 배에 칼이 꽂혀 피가 요에 가득하였다. 관찰사는 크게 놀라 급히 시체를 밖에 내두고 그 이튿날 이 사실을 규명해보니 관찰사가 총애하는 여인이 곧 관노와 정신없이 좋아하는 사이였다. 이 때문에 한을 품고서 관노가 관찰사를 죽이려고 했었는데 누운 것을 잘못 알고서 그 중을 중긴 것이다. 그 사실을 밝히어 마침내 법대로 조치하였다. 그 스님의 조상을 다스려 본사에 보내고서 더욱 대사가 이 재액을 미리 알고서 일부러 사미를 보내어 대신 화를 받도록 한데 대하여 감탄하였다. 그 후에 부귀공명과 수명은 모두 대사가 봐준 운수와 일치하였다. 
서산대사에게 맡겨진 약산군수의 아들이 절에서 승려들에 의해 자신의 신분이 존중되지 않고 행동이 통제되자 화를 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휴정의 가르침을 따라 글과 예절을 배우나 훗날 승려들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였다. 과거에 급제하여 부사가 된 그는 묘향산 절에 도착해 복수하려 했으나 휴정을 보자 분한 마음이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으로 변하였다. 사는 휴정의 예언을 신뢰하여 그에 따름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김명선 편역, {불교문헌설화집}, 이회문화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