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나옹화상과 불상

노(怒)
긍정적 감성
구비전승

   내용보기

나옹은 고려말 신승이다. 회암사의 주지가 되어 부임하려고 오던 그 절 밖 십리쯤에서 어울리지 않게 풀로 엮은 다 떨어진 삿갓을 쓴 자가 길 왼쪽에 엎드려 배알하였다. 나옹이 말하였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소승은 절간에 있는 걸립승이로소이다. 큰절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듣고 감히 구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나옹은 그를 앞세워 절로 향하였다.
스님은 물을 건너는데 바지를 걷어 올리지 않고 마치 평지를 밟듯이 갔다. 이미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았다. 절 문에 들어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나옹은 예불을 드리지 않고 곧바로 사랑각으로 들어갔다. 절의 승려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먼저 사승들에게 삼끈을 만들라고 하니 그 합한 길이가 수십 장이었다. 제승들이 더욱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말하였다. “대사께서 처음부터 예불을 드리지 않고 먼저 하찮은 물건에 신경 쓰며 내라고 하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그런데도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다들 만들어 가지고 나아갔다. 나옹이 대불전에 올라가서 건장한 승려 열사람을 뽑아 큰 끈으로 둘러쳐서 가부좌한 장육불을 땅에 넘어뜨리게 하였다. 절간에 노승이 엄숙하게 모여 합장하고 간청하였다. “전날부터 이 부처님의 영험함이 이상합니다. 비를 빌면 비가 내리고 병낫기를 빌면 병이 낫고 자식 낳기를 빌면 잉태해 주니 무른 기복하는 바가 있어 문득 감응합니다. 대사께서 처음 일을 맡으셔서 대중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데 먼저 세존불상을 넘어뜨리니 매우 괴이한 일입니다.”
나옹은 성난 눈으로 그를 질책하며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들어라.” 제승들은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힘을 모아 그것을 끌었다. 목상금신이 무거운 물건이 아니었는데도 여러 번 들먹여도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옹은 긴 눈썹을 날리며 말하였다. “과연 사람들의 말과 같구나. 신령스런 부처를 모독할 수 없다. 장차 큰 환난이 이를 것이리라.” 나옹은 탑상에 올라 한 손으로 잡아당기니 땅에 넘어졌다. 그것을 절간 앞에 끌어내어 장작을 쌓고 태웠다. 그랬더니 온 산에 누린내가 진동하였다. 이에 다시 다른 불상을 만들어서 세우니 또한 요상한 환난이 여전하였다. 그것을 다시 태우고 세 번 거듭하니 그제야 재앙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제야 안정되니 무릇 불상에다 향을 사르고 공양을 하면 평안해지는데 간혹 산도깨비와 나무귀신이 그곳을 의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여래의 영험스런 환영으로 장난질하며 빈번히 나타난다. 소위 어떤 절에 영험한 부처가 있는데 간혹 조금이라도 영험이 감응하는 것은 모두 이런 무리들이다. 
회암사의 주지가 된 나옹화상이 산도깨비의 장난질을 막기위해 승려들에게 불상을 넘어뜨리게 하였으나 차마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였다. 새로운 주지스님에 대한 기대감이 박탈되면서 부처상을 해하려하는 데 노여움을 느낀 것이다. 그러자 나옹화상 자신이 직접 불상을 넘어뜨리고 불상을 불태워 그것에 붙어 영험한 힘으로 사람들을 기복으로 이끌고 있는 잡귀들을 쫓아내고 재앙을 막았다. 승려들은 나옹화상의 신통력에 감복하여 존경하게 되었다.  
김명선 편역, {불교문헌설화집}, 이회문화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