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영조 때의 일이다. 함경남도에 사는 성지현이란 학생이 과거를 보러가다가 개성 북쪽 산마루 묵은 절간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가난한 선비라 누런 조로 밥을 지어 먹으려다가 이왕이면 부처님께 올리고 먹자하고 단위에 올려놓고 빌었다. “꼭 합격하게 하여 주십시오.”
이튿날 다시 그와 같이 하고 서울에 올라와 과거를 보았으나 불행히도 낙방했다. 집으로 돌아 가다가 또 그곳에서 자게 되었다. 화가 난 유생은 부처님을 쳐다보며 원망했다. “누렇게 높은 자리에 앉아 남의 좁쌀밥만 똑 따먹고....”
저녁에 자는데 금빛 갑옷을 입은 신장이 큰 칼을 짚고 서서 말했다. “이 놈, 누가 좁쌀밥을 먹었느냐? 네가 밥을 지어 홀로 먹기 미안하니 올려놓고 하소연 하였을 뿐 지나가는 사람 밥 한 숫갈 준 일이 있느냐? 무슨 공덕을 지었다고 큰 소리냐?” 하고 도리어 호통을 쳤다. 깨어서 생각해보니 사실이 그렇다. 너무나도 죄송해서 엎드려 절하며 사죄했다. “어리석은 중생이 무식하여 저질렀아오니 용서하여 주십시오. 합격하면 결정코 은혜를 보답하겠습니다.”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께 이 사실을 사루니 아버지께서 그에게 장가들 밑천을 미리 떼어주며 말했다. “가지고 가서 그 절을 보수하고 공부하다가 합격하면 오너라.” 지현은 곧 그것을 팔아가지고 절을 보수하고 부처님을 시봉하면서 공부하여 마침내 대과에 급제하니 나라에서 그 절 이름을 대선급제사(大選及第寺)라 지어 보냈다.  

유생인 성지현이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도중 머물렀던 폐사에서 밥을 먹기 전에 부처님께 올리고 합격을 기원하였으나 낙방하였다. 그는 돌아오던 길에 다시 폐사에 들른 성지현은 부처님께 자신이 올린 밥만 받아먹고 소원은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하였다. 그런데 꿈에 나타난 신장에 의해 스스로 지은 공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바라고 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자 부처님을 원망한 자신을 반성하고 절을 보수하고 그곳에서 공부하여 결국 과거에 급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한정섭, {불교영험설화}, 법륜사, 1975. 

{韓國寺刹史料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