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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운조사와 유석공의 딸

노(怒)
긍정적 감성
구비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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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범운 주춤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앉아 해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조사는 괴이하게 생각하고 그의 앞으로 더욱 바짝 다가가 그의 모습을 낱낱이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호랑이는 앞발을 들고 모가지를 털며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로소 목에 무엇이 걸려 죽게 생긴 모양이다 하고 조사는 그 붉은 어깨를 기름에 묻혀 반지럽게 해가지고 그 놈 목구멍으로 쑥 집어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지의 머리쪽에 꽂은 은비녀가 가로 질러 있었다. 조사는 호통을 쳤다. “이 놈 사람을 잡아먹다가 이 꼴이 되었구나, 많은 짐승들을 다 놓아두고 하필이면 만물 가운데 영장을 먹어 원수의 인을 짓고 있는가? 내 너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마땅히 매를 때려 참회를 구하겠으나 죽은 목숨보다도 산 사람을 중히 여기는 까닭에 그대로 돌려보내니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라.” 호랑이는 알아듣는 듯 머리를 수그리고 한참 듣고 있다가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그런데 몇일 후 또 토굴 부엌에서 무엇이 쿵하는 소리가 났다. 나가 보니 그 호랑이가 큰 산돼지를 업고 와서 부려 놓았다. 나를 살려 주었으니 은혜를 갚는다는 듯 고개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앉아 있었다. “네 이놈, 호랑이가 영물인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매우 맹추 가운데도 맹추로구나, 중이 고기 먹는 것을 어디서 보았길래 이런 물건을 잡아온단 말이냐? 어서 가지고 가 너나 먹어라.” 하고 스님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는 수 없이 호랑이는 다시 그 맷돼지를 등에 업고 나가 버렸다.
그런데 또 몇일 후 부엌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 나가 본즉 이번에는 십칠팔세 되는 꽃 같은 색시를 업고와 내려놓고 달아나 버린다. (중략)
"어머니 저는 귀신이 아닙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애통하게 찾던 무남독녀가 내 여기 왔습니다..“ 그러나 정녕 곧이듣지 않았다. 그때에 스님이 들어가 전후 사정을 소상히 털어 놓으니 비로소 곧이를 듣고 방안으로 맞아들였다.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사람들은 말을 잊고 서로 우러러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저윽히 난처한 것은 처녀와 총각이 깊은 산속에서 석달이나 너머 한 방에 지냈으니 그것이 성할리 있겠느냐는 결론이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스님, 스님은 천생 배필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남편이니 소녀를 데리고 가 마음껏 즐기시오. 생에 대한 모든 문제는 내 책임짓고 마련하겠습니다.” “배려는 감사하오나 소승은 이미 각오한 바가 있습니다.” “아무리 스님이 각오하였다 하더라도 한방에서 석달 동안이나 지냈으니 이제 내 딸은 스님의 아내나 다름이 없지 않겠소?” “생각은 그러 하실 줄 믿사오나 우리의 마음은 호장님의 따님이 더 잘 알터이니 소승은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때 딸이 지난 날의 생활을 다 털어 놓았다. 따님의 말을 들은 유석공은 스님의 손을 잡고 백배 사죄를 한 다음 “뜻이 이미 그러하시다면 몇일이라도 이곳에서 쉬어가시도록 하십시오. 내 딸의 뜻을 따라 사람을 보내어 절을 중수하고 길을 정리하겠습니다.”  
호랑이가 여자를 잡아먹다 은비녀가 목에 걸려 두운조사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두운조사는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은 것에 대해 화를 냈으나 호랑이를 꾸짖었다. 하지만 자비심으로 화를 삭이고 은비녀를 제거하여 목숨을 구해주었다. 호랑이는 보은의 의미로 유석공의 딸을 업어와 스님에게 바쳤다. 스님은 유석공의 딸을 되돌려 주었다. 이에 대한 보은으로 유석공은 절을 중수하고 길을 닦아 주었다. 
한정섭, {불교영험설화}, 법륜사, 1975. 
{韓國寺刹史料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