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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이 만들고 싶은 세상

노(怒)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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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은 때로는 직설적이고 강렬한 어조로 민중의 분노를 그려내고 있지만, 동시에 간절하게 꿈꾸는 세상을 그렸다. 무고한 학살과 약탈, 그리고 은밀한 거래가 오고가는 중에도 민중들은 함께 하며 밥을 나누는 대동세상, 그와 함께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꼭 이루어야 할 그것 곧 조국통일의 열망을 그렸다. 홍성담, <대동세상>, 1984년 홍성담의 5월판화 연작 중 하나인 <대동세상>은 시민군과 시민들의 하나 된 모습을 담은 것이다. 투쟁은 치열하였고 진압은 폭압적이었지만, 짧은 며칠의 해방구에서 함께 누렸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것은 그만큼 5월정신의 핵심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민족해방운동사≫ 중 <광주민중항쟁> 부분 5월을 그린 작품 중 시민군과 시민이 하나가 된 중심에는 늘 가마솥에 밥을 지어 나누어 먹는 모습이 빠지지 않는다. 대하 역사화 ≪민족해방운동사≫의 제 8폭 <광주민중항쟁>에서도 화폭의 중앙에는 머리수건을 쓰고 밥을 푸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 광주민중항쟁을 그리는 데 있어서 어쩌면 에피소드일 수도 있는 밥을 나누는 장면이 핵심 주제로 그려져 있는 것은 그만큼 민중들의 소망은 소박한 데 있고, 그럼에도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경주, <대동세상>, 200호, 1990년 오윤, <통일대원도>, 1985년 오월을 수묵으로 그린 김경주의 대작 <대동세상>에서도 시민들과 하나 된 시민군이 거대한 화폭에 담겨있다. 여러 군상을 담았지만 뒤를 돌아보는 한 시민군과 시선을 맞춘 이는 밥통을 든 아주머니, 곧 늘 밥 먹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화면 오른편 구두닦이 통을 든 소년과 교감하고 있는 시민군의 모습도 이 그림이 지향하는 바 대동세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처럼 오월을 형상화하는 그림 중 가장 힘을 쏟은 작품 소재에 대동세상이 많은 것은 민중이 꿈꾸는 세상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소박한 민중들이지만 그럼에도 가슴 가득 담은 오랜 염원은 통일이다. 80년대 민중미술 작가들도 자주 그렸던 주제로 오윤의 <통일대원도>에서처럼 통일은 남녀노소가 어울려 신명나는 춤을 추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파도 일렁이는 남쪽바닷가에서부터 하늘 끝닿는 백두산까지 흰옷 입은 민중들이 어깨춤으로 하나 된 세상이 통일된 그날이다. 하성흡은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에서 대보름날 부안에서 작가가 본 민속놀이와 민족통일을 격정적으로 노래했던 시인 김남주의 해맑은 얼굴을 통해 통일을 염원하였다. 시인의 얼굴이 크게 부각되어 있어 초상화 같지만, 그가 노래한 통일을 신랑과 신부를 무등 태워 결혼시키고 새끼로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는 놀이에 빗대어 염원한 것이다. 하성흡,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1994년 걸개그림에서 통일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었다. ≪민족해방운동사≫의 제11폭 <민족자주화운동>에서는 백두산을 배경으로 남녀가 어깨를 겯고 나아가는 장면을 장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국통일로 가는 길목에 찢겨진 성조기는 외세를 뛰어넘어 민족 자주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민족해방운동사≫ 중 <민족생존권투쟁> 부분, 1989년 ≪민족해방운동사≫ 뿐만 아니라 당시 대다수 걸개그림에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담겨 있다. 조국통일에 대한 열망이 그 시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통일은 당시 학생운동의 담론과 그에 따른 실천에서 주목되는 변화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신학철,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2013년 현장과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민중미술은 사라졌지만 한동안 목소리를 낮추던 80년대 민중미술 작가들 중 몇몇은 여전히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놓지 않고 있다. <모내기>와 <한국근대사> 등으로 80년대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신학철은 가로 8m가 넘는 대작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를 비롯한 <한국근대사-관동대지진>, <한국현대사-망령> 등을 내놓아 다시 등장한 극우보수 세력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출하였다. 대선정국이었던 2012년 말 홍성담은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와 <바리깡-우리는 유신스타일> 등으로 다시 3공화국으로 되돌아가는 정국상황을 조롱하였다. 이들 이외에도 매향리에서 수거한 탄피로 만든 임옥상의 설치작품들과, 주한미군 이주지역으로 확정된 평택 대추리에 제자들과 그린 이종구의 벽화 <내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2006), 한미 FTA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형상화한 허달용의 <촛불집회>(2009) 등은 미술을 통해 민중의 분노와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시대와 표현형식은 변하였지만 작가로서의 시대적 소임을 놓지 않은 이들이 있어 민중의 분노는 여전히 미술작품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선옥, <분노의 화폭>, <<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148-151쪽.  
최유준 외저, <<우리 시대의 분노>>, 감성총서 8,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8권] 우리시대의 분노, 148페이지    E-BOOK 바로가기